법조계 "할인 판매의 과세 기준 제시"

협력업체나 파견업체 직원 등에게 제공한 제품 할인액을 접대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기업의 할인 판매에 대한 과세 기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접대비는 법적 해석 여지가 비교적 넓어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주 쟁점이 되어온 항목인 만큼, 이번 판결로 향후 유사한 할인 판매를 접대비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나이키코리아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세무당국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협력업체와 파견업체 직원 등에게 제공한 제품 할인액을 접대비가 아닌 '매출에누리'로 보고 법인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단독] 나이키 108억 법인세 취소…대법 “협력사 할인, 접대비 아냐” 참조)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협력업체나 파견업체 직원 등 거래 관계자에게 제공된 할인 판매가 접대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접대비는 기업이 업무와 관련된 이들과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의미하는데 법인세법상 일정 한도까지만 비용으로 인정된다.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은 해당 할인 판매가 특정 거래처와의 친목을 위한 접대라기보다 기업의 통상적인 판매 정책에 해당한다고 봤다. 직원매장 할인은 자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파견업체·계열사 직원 등 다양한 대상에게 제공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특정 거래 관계자를 위한 접대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기업이 할인 판매를 통해 매출 확대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노리는 것은 일반적인 영업 활동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실무적으로 접대비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가장 자주 검토되는 항목 중 하나로 꼽혀온 만큼 이번 판결로 접대비 적용 범위에 대한 세무당국의 해석이 다소 제한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접대비는 적용 범위가 비교적 넓어 세무당국과 기업 사이에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세무조사에서는 접대비가 거의 항상 검토되는 항목 중 하나"라며 "세무당국이 비교적 폭넓게 해석하면서 기업과의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기업 할인 판매에 대한 과세 기준을 제시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할인 판매 차액을 접대비로 본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상이 불특정 다수에 가깝고 매출 확대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른 판매 정책이라면 접대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장세경 법무법인 안심 변호사도 "할인 판매를 접대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사실상 처음일 것 같다"며 "이번 판결로 세무당국이 협력업체ㆍ파견업체 직원 등에 대한 할인 판매를 접대비로 보고 과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접대비 해당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 취지를 전제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