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조원. 한국 공간 정보 주권의 가치를 상징하던 이 숫자가 이제 글로벌 빅테크에 내준 기회비용으로 끝날지 실리를 챙길 협상력의 원천으로 거듭날지 기로에 섰다. 11일 국회 토론회 현장은 성벽을 허물고 안마당을 내준 정부의 결정 이후 텅 빈 금고를 채울 마지막 카드를 찾아내려는 학계와 업계의 절규로 점철됐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 권영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가 공동으로 개최한 ‘긴급진단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자리가 글자 하나 안 틀리게 읽는 게 목표일 만큼 무겁다”며 운을 뗐다. 그는 “결과론적으로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으니, 이제는 결정 주체를 탓하기보다 그 이후의 상황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조건부 반출 결정 이후 산업계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과 사후 대책 마련의 절박함을 짚어냈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안양대 교수)은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언급하며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안 회장은 “구글과 애플의 보안 신청 내용에 대해 학계나 산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면서 “구글에 정보는 주겠다면서 정작 우리 국민에게는 어떤 정보가 나가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부분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AI 기술이 워낙 빨라 우리 데이터를 학습하면 1년 안에 자체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으므로, 파생 데이터까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관리 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지도 반출을 막기 위한 방어적 논리로 활용됐던 197조 원의 경제적 손실 수치를 이제는 구글과의 협상을 위한 공격적 카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임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이 숫자가 반출 불가론의 근거였다면, 이제는 구글로부터 우리 산업이 얻어낼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요구하는 타협의 근거로 써야 한다”며 프레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구글이 한국 생태계에 기여할 실질적인 보상안을 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협상 도구로 이 수치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신성범 의원 또한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국내 공간정보 업체들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잠식 속에서 자생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반출 전까지 보안 자료 처리·국내 서버 활용 계획 심사 강화 등 정보 주권 상실을 막을 수 있는 대응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쏟아지는 현장의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김태형 국토교통부 공간정보제도 과장은 구글의 데이터 오남용을 막을 구체적인 감시 체계나 업계가 즉각적인 지원책으로 요구한 전용 기금 조성 등에 대해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대신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거나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이라는 선언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특히 자율주행이나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 물류 플랫폼 등 미래 산업의 핵심인 고정밀 지도가 구글의 AI 학습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대해서도 “가장 정밀하고 최신의 정보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당위론적 결론으로 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