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명분에 갇힌 기업 경영…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부를 ‘성장통’[주주에겐 축포, 기업엔 숙제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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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법개정안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면서 자사주 소각에 따른 경영권 방어 수단 축소와 지배구조의 예기치 못한 변화 등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1일 삼성전자와 SK 등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주 80% 이상, SK는 임직원 보상 활용을 위한 자사주를 제외한 전량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계 및 금융투자업계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상황별 자본정책 선택지를 좁히는 ‘규제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M&A 등 경영상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까지 일괄 소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업 활동에 과도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와 주가 안정을 위해 활용해온 자율적 수단이 강제적 규제로 전환되는 지점에 대해 시장의 경계감이 높다.

실제 SK의 사례는 자사주 소각이 지배구조에 미치는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인용된다. 소각 전 최태원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5.4% 수준이었으나, 소각 이후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면서 지분율이 31.8%로 상승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자사주 소각이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대주주의 지배력을 의도치 않게 강화하거나, 반대로 외부 세력의 공격에 노출되는 등 지배구조에 예상치 못한 변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사주는 그동안 주가 급락기의 시장 완충장치이자, 지배구조 개편이나 인수합병(M&A) 국면에서 핵심적인 협상 카드로 활용되어 왔다.

과거 ‘SK-소버린 사태’ 당시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의 최후 보루 역할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소각 의무화는 기업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방패’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적대적 M&A 위협이 상존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자사주라는 방어 기제의 상실은 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이 방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유동성이 줄어들어 재무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사주는 필요에 따라 시장 재매각이나 담보 활용을 통해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가 되기도 하지만, 무조건 소각 원칙은 유동성 확보 수단이 사실상 차단된다. 자본 정책의 유연성이 사라진 기업들이 불황기에 직면할 경우,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예외 조항이 마련되더라도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의사결정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사주 활용 여부가 주총 표심이라는 외부 변수에 종속되면서, 경영진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른 대응이 어려워진다. 이는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보다는 단기적인 주총 대응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실적 개선 없이 진행되는 소각은 단기적인 주가 부양 이후 거품이 빠지는 ‘되돌림’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과는 무관한 지표상의 ‘착시’만 키울 뿐이며, 주주환원을 명분으로 한 소각이 기업의 미래 투자 재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는 자사주 소각은 결국 시장의 실망감을 키우고 투자자들에게 규제 리스크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자본 효율화나 주주 소통이 미흡할 경우 실망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법안 내용이 시장에 알려진 만큼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으며, 제도가 신뢰 프리미엄으로 작용할지는 시행 과정에서 예외 기준과 기업의 대응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게 수립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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