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원회·독립이사제 도입…인사·내부통제 전면 손질
농협이 금권선거와 회전문 인사, 취약한 내부통제 등 그동안 제기돼 온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중앙회장 선거를 정책 중심으로 바꾸고 인사·감사 제도를 전면 손질해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추진 중인 농협 지배구조 개혁과 맞물리면서 농협 내부에서도 자율 혁신을 통한 신뢰 회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개혁위원회는 10일 제4차 회의를 열고 선거제도 개선, 인사 공정성 강화, 책임경영 확대, 내부통제 강화 등을 담은 ‘자체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개혁안의 핵심은 금품수수 등 불법선거 관행을 차단하고 정책 중심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다. 농협은 중앙회장 선거에 선거비용 보전 제도를 도입하고 정책토론회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의무화해 ‘돈 안 쓰는 선거’ 문화를 제도화할 계획이다.
또 호별방문이나 금품 제공 등 불법 선거운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임계치 기반 부정선거 자동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상 징후가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선거관리기관에 자동 경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조합원 제명, 기탁금 몰수 등 제재를 강화하고 공소시효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사 제도도 대폭 손질된다. 농협은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가능 기간을 퇴직 후 1년으로 제한해 선거철마다 반복돼 온 ‘회전문 인사’ 관행을 차단하기로 했다. 집행간부는 내부 승진 원칙을 유지하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역량 중심 인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사추천위원회 운영 방식도 바뀐다. 외부위원 추천 채널을 다양화하고 추천 위원을 2배수 이상 확대해 운영의 공정성을 높인다. 임원 추천 시에는 후보 공개모집을 의무화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후보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한다.
계열사 인사의 독립성도 강화된다. 경제지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중앙회 소속 위원의 참여를 배제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6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부통제 체계도 강화한다. 농협은 범농협 차원의 윤리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며 농협개혁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에도 개혁과제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독할 예정이다.
감사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강화된다. 조합감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의 선출 방식을 감사위원회와 동일하게 통일하고 외부 전문가 선임 요건에 직무 경력을 포함해 전문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사회에는 ‘독립이사제’를 도입해 내부통제 관련 안건을 직접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영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위원회 내부에서는 중앙회의 연합회적 성격을 고려한 조합장 직선제와 선거 과열 방지 및 효율성을 강조한 이사회 호선제가 맞서는 가운데 일부 위원은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들은 어떤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회장 권한 축소 등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광범 농협개혁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금권선거, 회전문 인사, 취약한 내부통제 등 농협에 제기되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책선거 제도화와 준법감시위원회 및 독립이사제 도입을 통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조직 운영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혁신하고 뼈를 깎는 쇄신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농협 조직 전반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됐다. 중앙회와 조합에 한정된 농식품부 지도·감독 권한을 지주회사와 자회사까지 확대하고, 중앙회장 선거제도는 조합원 직선제와 선거인단제 등 조합원 참여 확대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