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시사 발언으로 국제유가 상승과 전쟁에 따른 수혜를 봤던 방산, 정유, 해운주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전쟁 리스크를 동력 삼아 가파르게 상승했던 주요 업종들이 차익 실현, 전쟁 조기 종료 가능성에 큰 폭의 조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그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방산·정유·해운주들의 차익 실현을 촉발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방산 섹터는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노출되며 하락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요 종목별 시세 추이를 살펴보면 ‘천궁-Ⅱ'의 실전 성능 검증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LIG넥스원은 전날 증시에서 전장보다 4.65% 내린 7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6일 83만4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전쟁 조기 종료 가능성에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같은 기간 148만1000원까지 올랐지만 10일 145만5000원으로 고점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 외에도 현대로템(3월3일 24만9000원→10일 20만7500원), 풍산(3월3일 13만600원→10일 10만9300원) 등도 전반적으로 고점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정유 및 에너지 관련주 역시 유가 안정세 전망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국ANKOR유전은 개전 후 첫 증시가 열린 3일 279원에서 6일 490원까지 올랐지만 전날 증시에서 전장보다 14.81% 내린 391원으로 급락했다. 대성에너지도 같은 기간 1만439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0일 14.87% 폭락한 1만2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흥구석유는 3일부터 3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3만2700원까지 올랐지만 10일 2만5900원으로 내려앉았다. 국제유가 안정화와 맞물려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는 양상이다.
정유주 하락 배경에는 미국의 취약한 물가 환경이 자리한다. 누적된 비용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들이 유가 상승 충격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하면서 물가 불안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 불안과 맞물려 전쟁 지속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주도 방산이나 정유주와 같이 큰 폭의 낙폭을 보이진 않았지만 조정을 받았다. 대한해운은 3일 2820원에서 10일 2190원으로, HMM은 같은 기간 2만4500원에서 2만900원으로 소폭 변동하는 데 그쳤다.
해운주는 전쟁 국면에서도 타 업종만큼 폭발적인 급등세를 타지 않았던 영향으로, 전쟁 종료 기대감이 확산되는 시점에서도 하락 폭이 제한적인 ‘상방 경직성’과 ‘하방 경직성’을 동시에 나타냈다. 해상 운임 지수의 변화가 예상보다 완만했던 점이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을 테마성 자금의 이탈 과정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단기 재료가 힘을 잃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금리 정책과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가 110달러 수준을 넘어서자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며 한발 물러선 점은 전쟁 특수에 기댔던 투기적 수요가 빠져나가는 신호탄이 됐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물가 환경은 미국이 전쟁을 오래 끌기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며, 이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결집 효과를 충분히 거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물가 충격이 심화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명분을 마련해 상황을 일단 종료할 유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