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를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I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가운데, 앤트로픽과 오픈AI 양측 모두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멀티 베팅' 전략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에 미 국방부 등 18개 연방기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앤트로픽은 정부의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 조치 취소와 연방기관 내 자사 AI 사용을 금지한 지침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태는 국방부가 앤트로픽에 대량 감시 및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에 AI '클로드(Claude)'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제한 접근권을 요구했으나, 앤트로픽이 이를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미 국방부는 협상 결렬 직후 앤트로픽을 국가안보 관련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연방기관 내 기술 사용을 중단시켰다.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해당 조치는 통상 중국이나 러시아 등 외국 적대 세력에 적용되는 것으로, 미국 자국 기업에 내려진 것은 초유의 사태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앤트로픽의 기술을 전면 배제하는 행정명령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펜타곤의 강경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MS는 상업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발 빠른 독자 행보에 나섰다. 테크버즈 보도에 따르면, MS는 자체 법률 및 보안 검토를 거쳐 국방부를 제외한 모든 고객에게 클로드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최초의 빅테크 기업이 됐다. 이는 정치적 압박보다는 기업 고객들에게 보안 리스크가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부각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MS의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철저한 '멀티 베팅'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CNBC에 따르면 MS는 오픈AI에 1350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동시에 앤트로픽에도 최대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앤트로픽은 MS의 애저(Azure) 클라우드에 3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AI 패권 레이스에서 위험을 분산시킨 것이다.
실제로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배제한 직후의 상황은 MS의 전략적 우위를 여실히 보여준다. NPR 등 외신은 오픈AI가 군사 기밀 환경에서 앤트로픽을 대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의 선택이 오픈AI로 향하든, 상업 시장에서 앤트로픽이 선전하든 양쪽 모두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MS는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를 완성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