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에 노란봉투법까지...건설업계 ‘비상등’ [오일-달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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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환율 1490원대에 공사비 압박
미분양 등 겹치며 분양가 상승·공급 차질 우려

▲서울 시내 아파트 건설 현장. (뉴시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건설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적체에 더불어 고유가·고환율이 원가를 자극하고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까지 겹치면서 공사비 상승과 사업 지연 우려가 한꺼번에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국제유가 지표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국제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 장중 나란히 배럴당 111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1.04달러, WTI는 111.24달러까지 오르며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불안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93.0원으로 출발해 1500원에 근접했다.

유가와 환율 상승은 공사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 대부분이 디젤 연료에 의존하는 데다 철강, 전선, 케이블 등 주요 자재 상당수가 수입 원가와 맞물려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오르면 주택 건축 비용은 0.09%, 시멘트·레미콘·콘크리트 제품 생산비용은 0.2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압박은 이미 통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가 집계한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다.

공사비가 뛰면 분양가 상승 압력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사비 부담으로 사업성이 약해진 사업장은 추가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워 분양가 인상으로 이를 만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1월 말 기준 1595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3.3㎡(1평)당으로 환산하면 5273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사비 상승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원가가 오르면 정비사업장에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협상이 틀어지거나 추가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착공·분양·입주 일정이 밀릴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는 공사비 증액 문제로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뒤 착공부터 완공까지 59개월이 걸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자재비와 현장 운영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미 공사비 협상이 민감한 사업장들은 분양이나 공정 일정이 한층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유동성 부담도 지속된다. 국토교통부의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576가구,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555가구로 다시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이미 공사를 마친 뒤에도 매각되지 않은 물량이어서 예정된 분양수입 회수가 지연되고, 공사비·금융비용 부담까지 남아 건설사와 시행사의 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다.

노무 리스크는 새 변수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10일부터 시행되면서 현장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건설업 특성상 원·하청 교섭 범위 확대가 공기 지연과 노무비 상승, 원청 책임 확대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이번 유가 급등은 원유 수급 부족이 아니라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로 촉발된 급격한 상승이라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단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현장의 연료비와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아져 건설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란봉투법 시행은 건설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업 전반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 권익 보호와 쟁의권이 강화된 만큼 건설 현장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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