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낮은 수면, 치료 환경도 열악’…한국인 수면 건강, 국가가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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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면연구학회, 세계 수면의 날 기념 심포지엄 개최

▲6일 대한수면연구학회가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2026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발표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교대 근무자들의 수면 건강을 개선하고 수면장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국내 야간 교대 근무자의 번아웃 위험은 정상군 대비 4.3배에 달하며, 수면 질환 치료제의 보험 미적용으로 환자들이 월 수십만 원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2026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을 맞아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국내 교대 근무자의 열악한 수면 실태와 혁신 신약들의 비급여 문제로 인한 치료 사각지대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잘 자야 잘산다’를 주제로 △교대근무 수면건강 △2025 한국인의 수면 실태 △약물치료 사각지대에 대해 각각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혜윤 가톨릭관동대 신경과 교수, 김지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발표했다.

교대근무는 통상적인 오전 7~8시부터 오후 6시 사이의 근무 이외의 근무를 의미한다. 국내 약 20%의 근로자가 교대근무를 하고 있으며, 수면 시간 단축과 수면의 질 저하 등 교대근무 장애(SWD)를 경험하기 쉽다. SWD는 3개월 이상 불면 또는 과도한 졸림이 지속되며 업무 기능 저하를 동반하고 다른 수면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 진단한다.

국내 교대근무자 4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간 근무자의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27분으로 주간 근무자의 6시간 48분, 오후 근무자의 7시간 40분에 비해 짧았다. SWD 발생 비율은 야간 근무자가 43.3%로 타 스케줄 근무자(30~35%)보다 높았다. 이런 SWD 위험군은 정상군 대비 번아웃 위험이 약 4.3배 높았으며, 불면과 주간 졸림이 뚜렷한 증상 동반군에서는 위험이 약 4.6배까지 증가했다.

변 교수는 “상당히 오랜 기간 교대근무를 해서 적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도 약 30%는 SWD가 있다”라며 “수면의 질이 낮고 주간 졸림이 지속되면 우울감과 불안감,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증가해 결국 번아웃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 스케쥴 변경 빈도를 최소화하고, 정기적으로 수면 건강과 번아웃 평가를 시행해 위험군을 대상으로 근무를 조정하는 조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한국인, 수면 1시간 15분 부족…여성·고령층 특히 취약

▲6일 대한수면연구학회가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2026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김혜윤 가톨릭관동대 신경과 교수가 발표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한국인의 전반적인 수면 건강 관리 필요성도 강조됐다. 에이슬립(Asleep)의 2026 연간 수면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5분으로 권장 7~9시간 대비 1시간 15분 부족했다. 침대 체류 시간은 평균 6시간 39분으로, 실제 수면시간보다 1시간 14분 짧아 잠들지 못하고 낭비하는 시간이 긴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과 고령층의 수면 질이 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효 수면시간은 여성이 328분으로 남성 331분보다 짧았지만, 침대 체류 시간은 여성이 393분으로 남성 386분보다 더 길었다. 수면을 시도한 시점부터 실제로 수면에 빠져들기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하는 ‘수면 잠복기’는 20대~60대 이상에서 19~20분으로 차이가 미미했으나, 수면 도중 각성한 시간은 50대가 39분, 60대 이상이 40분으로 20대(30분), 30대(31분)와 비교해 길었다.

김혜윤 교수는 “22시부터 1시까지 수면 골든타임 내에 잠드는 것이 중요하며 수면 친화적인 환경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여야 한다”라며 “수면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인식과 행동 사이에 괴리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수면장애 효과적 신약 있지만…비급여·한국 철수로 접근성 낮아

▲6일 대한수면연구학회가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2026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김지현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혜윤 가톨릭관동대 신경과 교수가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수면장애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물이 개발됐지만, 한국 환자들은 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국내 시장에 도라(DORA) 계열 약물 출시를 앞두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 요구가 높다.

도라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의존성이 적고, 더욱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불면증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계열 약물 중 ‘렘보렉산트’ 성분은 상품명 ‘데이비고’, ‘다리도렉산트’ 성분은 상품명 ‘큐비빅’으로 올해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두 약제는 모두 비급여 약물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에 따라 처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의 국내 공급 중단 역시 정책적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약물은 낮 시간 졸음과 탄력발작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어 국내 환자들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대비 국내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제약사가 공급을 포기하면서 2024년 9월 16일부로 한국에서 철수됐다. 현재 환자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더욱 비싼 가격에 약을 공급받는 상황이다.

수면을 방해하는 하지불안증후군 역시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 등 1차 치료제로 권장되는 효과적인 약물이 등장했으나 모두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월 수십만원 대 약값을 부담하고 있다.

김지현 교수는 “약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되면 외국계 제약사들은 한국에서 의약품 출시를 꺼리게 된다”라며 “정부가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필수 인력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수면 스크리닝을 도입하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근무 스케줄을 설계해 순환 근무를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에서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약들이 한국에는 5~6년 늦게 들어오고,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접근성도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라며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 도라 계열 신약 등에 대한 전향적인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수면의 날은 2007년 세계수면학회(World sleep society)가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매년 3월 춘분 직전 금요일로 제정·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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