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사 가격 전쟁 이후 20% 급등…중동 의존도 높은 업계 부담 확대
단기 대응 가능하지만 장기화 시 수익성 압박 불가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발 원료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도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기업은 공급 계약 이행 지연 가능성을 통보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여천NCC는 최근 중동산 나프타 수급 차질을 이유로 일부 고객사에 제품 공급 계약의 이행이 지연되거나 조정될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하고 ‘포스마쥬르(Force Majeure·불가항력)’를 선언했다. 이는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경우 책임을 면제받는 조항이다. 회사는 원료 조달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쟁 발발 이후 석유화학의 주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후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중동산 나프타 도입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상당량의 나프타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공급 차질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기존 재고와 이미 선적된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약 한 달가량은 비축 물량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기 보수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단기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중동산 원료 공급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기업들은 아프리카나 미주 등 다른 지역에서 원료를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경우 해상 운송 거리 증가에 따른 운임 상승과 원료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 업황이 이미 구조적 공급 과잉 국면에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높아지더라도 이를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료 가격 급등은 제품 스프레드를 축소시키며 업계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스트림인 NCC 업체뿐 아니라 다운스트림 업체에도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초유분을 공급받는 화학 기업들의 경우 원료 비축 기간이 2~3주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해외 대체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높은 원료 가격과 운송비 증가로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유 업계의 경우 단기 대응 여력은 상대적으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일정 수준의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약 3~4주 정도는 비축 물량을 활용해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국석유공사의 국가 비축유 임차 등을 통해 부족한 원유를 보완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정제설비 가동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환경은 더욱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원유 조달선을 중동 외 지역으로 다변화할 경우 운임과 보험료 상승, 원유 프리미엄 확대 등이 동시에 발생해 원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국제유가 변동과 원료 조달 환경 변화, 기업들의 가동률 조정 및 대체 조달 전략 등을 주요 변수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