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능력 이미 세계 선두…장비 국산화도 속도 [궤도 오른 中 반도체 굴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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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두 배 급증…세계 전체의 24%
SMIC·YMTC·CXMT ‘제조 3강’ 중심 공급망 육성
설비 부문, 10년래 국산 비중 70% 목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양(量)의 패권’을 먼저 움켜쥐었다. 성능과 수율을 제외한 순수 생산설비 규모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에 올라섰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첨단 공정 진입을 가로막고 있지만, 중국은 ‘제조 3강’을 축으로 공급망 자립을 가속하며 판을 다시 짜고 있다.

5일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미국 반도체공업회(SIA)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2015년 세계 전체의 12%에서 지난해 24%로 두 배 확대됐다. 10년 만에 한국(18%), 대만(18%), 일본(15%), 미국(11%)을 단번에 제친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단순히 웨이퍼 투입량 기준의 생산설비 규모를 뜻한다. 반도체 성능이나 수율을 고려하지 않아 실제 출하량이나 출하 금액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생산기술이 향상돼 고성능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다면 한국이나 대만과 맞설 수 있을 만큼의 잠재적 설비 기반을 이미 확보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조성한 국책 펀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대기금)’의 주요 투자처에 반도체 국산화를 주도하는 제조 3강이 포진해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SMIC와 메모리 업체인 YMTC, CXMT다. 중국은 이들 3사를 축으로 장비·부품을 아우르는 반도체 공급망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들 3사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대상 기업이지만, 도입 가능한 구세대 장비를 바탕으로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의 최첨단 제품에 비해 2~3세대 뒤처진 반도체를 국내 다양한 산업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SMIC는 구세대 심자외선(DUV) 노광기술을 활용해 회로선폭 7나노미터(nm·1nm=10억 분의 1m)의 양산을 실현, 화웨이에 대량 공급한다.

중국의 전략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생산능력 확장과 병행해 반도체 제조 장비 국산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제조 장비의 국내 자급률은 지난해 2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2035년까지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MIC는 자국 업체들이 만든 제조 장비들로만 구성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외국산 장비와 성능을 비교해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류성 우한대 교수는 “최근 YMTC가 도입한 제조 장비의 65%, 소재의 85%가 중국산”이라며 “중국 공급업체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쩡루이위 SEMI 시니어디렉터는 “수율(양품 비율)은 낮더라도 2030년대에 중국은 고도화된 장비를 다루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일본계 장비업체 임원도 “정부의 풍부한 지원으로 중국 경쟁사가 예상보다 빨리 기술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장비 시장이다. SEMI에 따르면 2024년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1171억달러 중 중국 본토가 42%에 해당하는 495억달러(약 73조원)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세계 시장 성장률이 10%인 반면 중국은 35%에 달했다. 글로벌 제조 장비 대기업들이 중국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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