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외화자금시장 경색 대비…조달비용·만기구간 점검 강화

중동발 악재에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넘어서자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을 수시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등 핵심 지표와 단기 만기 구간의 자금 흐름을 촘촘히 들여다보며 비상 조달 라인도 재점검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외화 LCR은 142.73%~201.36%로 집계됐다. 원화값 약세로 인해 1년 전과 비교하면 최대 20%포인트(p) 넘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당국의 규제 비율인 80%를 상회하고 있다.
외화 LCR은 앞으로 30일 동안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외화에 대비해 은행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안전한 외화자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외화 유동성이 탄탄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 우려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이 얇은 야간·역외 거래에선 작은 수급에도 환율이 급등락하는 '오버슈팅'이 나타날 수 있어 시장 경계감이 높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10.1원 오른 1476.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야간거래에서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조기 진정되지 않고 달러 강세·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경우 상단을 152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권은 외화 유동성 지표가 규제 수준을 웃도는 만큼 당장의 '달러 가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단기 외화자금시장이 경색될 가능성에 대비해 단기 구간에서 자금이 원활히 돌고 있는지, 조달 비용이 급격히 뛸 조짐은 없는지를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더 촘촘히 살피고 있다.
이날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주재로 현안 점검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응 수위를 높였다. 임 회장은 은행 부문에 "외화 유동성 상황을 재점검하고 당분간 일별 관리 체제로 전환해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신한금융은 '그룹위기관리협의회'를 통해 외화 자금시장 동향을 지속 점검 중이다. 하나금융도 보수적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하면서 유가·환율 민감 업종과 외화 예금 동향을 포함한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KB금융 역시 환헤지를 확대하고 계열사별 포지션을 감안해 그룹 차원의 외환 노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화 유동성은 관리 범위 안에 있지만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기 구간에서 수급이 쏠릴 수 있다"며 "조달 비용 급등 조짐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중동 리스크 확산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변동성 확대 요인과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관계기관과 함께 중동 지역 관련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지속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