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틀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단기 수급 충격에 따른 조정 성격이 강하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심의 구조적 성장 동력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지환 오로라투자자문 투자부문 대표는 4일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서 국내 증시 조정의 배경에 대해 "(그동안) 과하게 올랐다"며 "미국 증시가 몇 달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우리 증시는 디커플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조정에 대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올랐던 반도체나 전력기기, AI 부품 등은 실제로 실적이 좋았던 종목들이 많이 올라 거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문제는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관련 랠리 역시 펀더멘털이 뒷받침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AI 모멘텀에서 실제로 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 실적이 좋았던 종목들이 많이 올랐다"며 "실적이 따라왔기 때문에 상승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상장지수펀드(ETF)와 레버리지 상품 자금이 단기간에 주가를 밀어 올리면서 변동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레버리지 상품 확대가 반도체 주가 급등과 급락을 동시에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는 싱가포르, 삼성전자는 홍콩에 레버리지 상품들이 상장되면서 유입됐던 자금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단기 충격이 오면 이 자금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매도 압박을 키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나타난 급락 역시 이러한 구조적 수급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도주가 많이 올라가고 덜 빠지는 특징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많이 올라가고 많이 빠지는 구조가 됐는데 이는 ETF와 파생상품 연계 거래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으로 레버리지 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이 대표는 "레버리지는 올라갈 때 이익을 크게 만들 수 있지만 일정 담보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매도가 나가는 구조"라며 "증권사들이 정해진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매도하기 때문에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역시 증시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언급했다. 이 대표는 "1500원이 넘어가면 이성적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수급에 의한 광기가 나타날 수 있는 구간"이라며 "다행히 현재는 1500원 아래에서 움직이며 공포성 투매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정리가 이뤄질 경우 반등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다음 주 선물·옵션 만기 이후 MSCI 리밸런싱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충격이 없다면 그 이후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면서 반등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오늘까지 급락이 이어진다면 내일부터 트레이딩 관점에서 분할 접근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투자 관점에서는 다음 주 선물·옵션 만기 이후에 확인하고 접근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