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도 질병…“예방 중심서 치료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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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군과 사회적 약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 고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가 4일 국회 여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비만을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예방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비만학회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고 비만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과 한국형 비만 관계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 간사(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년 5%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15조원 이상에 달한다”며 “이는 음주·흡연 관련 비용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12대 만성질환 중 절반 이상이 비만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이 다양한 비만 예방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우리나라 비만 유병률은 여전히 상승세다. 이 간사는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 이후 2018년 제1차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이 마련됐지만 치료보다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후 장기 정책도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며 “비만대사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약물 치료는 대부분 비급여로 남아 있어 치료 접근성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학계에 따르면 비만 환자가 체중을 3년 이내 10% 이상 감량하는 비율은 약 12%에 불과하며 감량 체중을 1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5% 수준에 그친다. 약물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경제적 부담으로 나타났다.

우리와 달리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비만을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공적 재원을 통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간사는 “비만을 ‘개인의 책임’에서 ‘국가 관리 영역’으로 전환하고 고위험군과 사회적 약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을 통합한 한국형 비만 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비만 당사자 관점에서 제도와 인식 장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유현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비만을 단순히 ‘살이 찐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며 “비만 당사자의 경험에 귀 기울일 때 현실적인 정책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비만 치료 과정에서 반복되는 요요현상과 신체·심리적 부담을 언급하며 “체중이 감소할수록 신체가 더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생리적 반동이 나타난다”며 “비만치료제는 단순히 살을 빼주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트 초기의 극심한 식욕과 부담을 완화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비만치료제가 비급여로 남아 있을 경우 오히려 ‘미용 목적’이라는 오해가 커지고 환자들이 더 저렴한 곳을 찾아 약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오남용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선별적 급여화는 인식 개선과 함께 오남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치료 중심의 비만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박정환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예방만 강조하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비만 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할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은 고혈압·당뇨병·심뇌혈관질환뿐 아니라 암, 우울증, 자살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비만을 방치할 경우 만성질환 의료비 지출이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과적인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비급여 상태가 지속될 경우 경제적 격차에 따른 치료 접근성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고위험군 가운데 소득 수준이 낮거나 비교적 젊은 환자를 중심으로 선택적 급여를 우선 적용하고 정책 효과를 평가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설탕세 등 건강증진 목적세 도입을 통한 재원 마련 가능성도 언급됐다. 박 이사는 “초가공식품에 대한 조세는 재원 확보뿐 아니라 산업계의 제품 개선을 유도해 국민의 식생활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해당 세수를 비만 치료 급여 확대와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 취약계층 비만 관리 사업 등에 활용한다면 예방과 치료를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복합적 건강 문제”라며 “아동·청소년 비만 증가와 저소득층 비만율 격차, 장애인과 만성질환자의 건강 불평등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예방과 치료, 사후관리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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