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유가와 강달러 흐름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직접 투자 손실 가능성은 작지만 유가 급등이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환율·증시 변동폭 확대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3일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이란 관련 직접 익스포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이란은 미국 제재가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금융 거래가 사실상 차단돼 있어 직접 노출은 거의 없다”며 “중동 전체 비중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금융권의 직접 노출 규모보다 고유가와 환율 변동성 등 간접 파급 경로였다는 설명이다.
당국이 주목하는 변수는 고유가와 물동량 차질이다. 이 관계자는 “회의에서도 가장 큰 변수로 꼽힌 게 유가와 물동량”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6% 넘게 상승했고, 장중 한때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달러 강세가 재차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금융 부문에서는 환율과 증시 변동성이 주요 관리 대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쪽에서 가장 걱정하는 건 환율과 주가”라며 “작년부터 국내 증시가 많이 오른 상황이라 이번을 계기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는데 변동폭이 과도하게 커질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순수입국이다. 국내 석유·가스 수입의 상당 부분이 중동산에 집중돼 있어 유가 상승은 생산비와 수입물가를 동시에 자극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주요 대외충격의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무역개방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88%에 달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 역시 높아 대외 충격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가가 10% 상승하는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한국 주가는 5년 후 기준 경로 대비 3%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충격이 실물경제를 거쳐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만큼 실물·금융을 아우르는 복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율 역시 유가 충격 초기에는 하방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돼, 단기 변동성 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권에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전파하고 국무총리실과도 매일 비상점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동발 리스크가 직접 투자 손실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고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과 기업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