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해운 운임이 동반 급등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장기화 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선 정유, 해운 관련 주가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2일 WTI(서부텍사스유, 현지시간) 가격은 배럴당 71.23달러를 기록하며 지난주 대비 6% 이상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적인 충돌로 국제유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뚜렷하게 커진 양상이다. 특히 이란의 고위 군 인사 사망 소식과 권력 공백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유가에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통보는 시장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실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 사례가 보고되면서 선사들의 통행 취소가 잇따르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걸프만 통과 선박에 대해 보험료 인상을 통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을 넘어 실제 물류 마찰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8%(글로벌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초크 포인트(Choke point)'다.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이 지역의 운항 차질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가 1일당 배럴당 4달러씩 상승해 최대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운임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전망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평균 운임은 2026년 2월 말 기준 20.4만 달러로,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팬오션은 최근 SK해운으로부터 VLCC 10척을 매입하며 매출 익스포저를 키웠고, HMM 역시 수에즈 운하 통행 중단 등에 따른 컨테이너 운임 추가 상승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정유 및 화학 업계도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개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오후 1시5분 기준 휘발유는 지난주 초 1690.93원에서 1707.05원으로 0.95% 올랐고, 같은 기간 경유도 1593.04원에서 1612.66원으로 1.23% 오르는 등 주요 석유 제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순수입국인 한국 경제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 이란 공습, 이란의 공격 등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급등의 원인으로, OPEC+가 긴급 회담을 통해 원유 증산을 발표했지만 상승세를 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해상 원유 수출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하고, 중국 수입 원유의 3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장기간 폐쇄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