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적십자도 눈치보는 북한군 포로 송환, 정부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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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국제경제부 기자

1월 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문의했다.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국제법상 걸림돌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다루는 제네바협약은 적대 행위가 종료되면 바로 포로를 상대국에 송환하도록 규정하면서도 포로가 본국으로부터 기본권을 침해받을 실질적 위험에 처할 때를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다.

ICRC에 문의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이들이 제네바협약 초안을 설계했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답변에 따라 송환 절차가 탄력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다만 ICRC도 본인들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 ICRC 법률팀이 2주 넘도록 검토하고 내린 결론은 관련 당사국들이 합의하라는 거였다. 나머지 답변은 모두 ‘오프더레코드’여서 밝힐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이 이 사안을 다루는데 얼마나 부담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북한군 포로 송환에 국제법 특유의 ‘해석의 모호성’이 더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점을 ICRC가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몇몇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이 포로 송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일말의 변수로 제네바협약 내 전쟁포로 본국 송환 원칙을 거론했지만, 예외 조항이 있는 데다 ICRC 스스로 당사국끼리 합의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겠는가. 모든 건 정부 의지에 달렸다는 의미가 된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직접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북한군의 정보 수집을 위해서든 인도주의 차원에서든 그래야 한다. 한국으로의 송환 원칙 입장에 변함없다면서도 1년 넘게 이들을 수용소에 방치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북한, 러시아와의 사이가 더 껄끄러워질 수 있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에 안간힘인 정부로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전향 장기수를 보내준대도 반응 없는 북한이 이미 한국행을 요구한 포로들을 보내달라고 할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이들을 데려오는 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했던 말처럼 ‘북한이 우리의 북침을 걱정’하게 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전쟁에 끼지 말라며 연일 한국을 견제하는 러시아에도 메시지를 전달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아직 참여하지도 않은 ‘PURL(우크라이나 우선 지원목록)’을 거론하며 보복을 위협했고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전쟁 4년째 맞는 날 청사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북한군 포로를 우리 손으로 데려오는 것은 선을 넘은 자들에게 선을 넘지 않고도 힘을 과시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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