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모두의 창업' 시험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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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조만간 가동된다. 모두의 창업은 창업을 개인의 모험이 아닌 국가가 뒷받침하는 구조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달부터 전국에서 5000명의 창업 인재를 발굴하고, 대국민 창업 경진대회 열어 최종 우승자에게 최대 10억 원을 지원한다.

이번 정책이 나온 배경엔 'K자형 성장'의 그늘이 깔려 있다. 특정 산업과 기업만 성장의 과실을 가져가면서 소득과 임금 격차가 커지고 이로 인해 소비 둔화와 고용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득 격차가 심화되면 사회적 불평등과 분열은 더 깊어진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0%로 조정하고도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이 출구를 ‘창업’에서 찾겠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1월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고용보다 창업으로 국가 중심을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직접 강조했다. 답답한 청년 고용시장의 우회로를 마련하고,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의 축을 옮겨보겠다는 것이다.

한 쪽에선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창업 저변을 넓히고, 위축된 도전과 기업가정신을 회복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전통적인 방식의 일자리 생산에 한계가 분명한데도 갈수록 창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마을의 정성이 필요하듯, 성장 가능성이 있는 씨앗에 정부가 양분을 주고 키우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준 셈이다.

다만 우려도 분명하다. 취업난과 대기업을 통한 일자리 확대에 한계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들이 단골처럼 꺼낸 카드가 바로 창업지원책이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도 일자리 난맥을 벤처 창업을 통해 돌파하려 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 정부는 IMF를 극복하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강한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벤처 정책이 국가 성장과 고용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쟁력 있는 창업기업을 늘리기보다 양적 확대에 집중하면서 너도나도 뛰어드는 '무늬만 벤처', '사이비 벤처' 기업들이 난립했다. '테크'만 붙어도 투자금이 몰렸고, 결과적으로 돈만 타가는 벤처들이 줄을 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모두의 창업이 기존의 디지털 기능에 인공지능(AI)만 붙이거나 창업에 대한 절실함 없이 아이디어만 내고 예산을 따내려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1차로 테크창업 4000명, 로컬창업 1000명으로 총 5000명의 예비창업자를 선발하고, 1차로 선발된 예비창업자들에게 200만원의 창업활동자금을 지원한다.

창업 생태계도 문제다. 중기부가 발표한 지난해 창업기업동향을 보면, 국내 창업기업 수는 최근 5년 연속 감소했다. 창업가들이 창업 준비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또 창업을 하고도 규제 문턱에 제동이 걸려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는 기업도 숱하다.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거나 타다와 로톡, 닥터나우 등으로 반복되는 혁신과 기득권의 반복적인 충돌도 창업 의지를 꺾는다.

씨앗을 만들어 많이 뿌리는 것 만큼 씨앗이 자랄 수 있는 물길을 터주는 것도 핵심 과제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산업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2000년대 중반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에 GE(제너럴일렉트릭), 엑손모빌, P&G 등 전통 산업이 자리잡고 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엔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메타 등 AI와 반도체, 플랫폼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대체했다. 반면 한국은 전통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전세계 경제 질서가 빅테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도 신성장 분야의 기업들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 분야에 기댄 성장은 역동성과 균형을 잃기 쉽다.

창업 지원은 탄탄한 구조로 자리잡아야 한다. 지속성을 갖되, 선별은 깐깐해야 한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누구나 돈을 탈 수 있다는 구조는 정부 예산이 ‘눈먼 돈’이 되는 지름길이다. 번번이 대통령의 입으로 창업 지원을 강조해 열풍과 광풍을 일으키고도 흐지부지 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전환을 위한 신뢰와 정책적 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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