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LBO 구조...사모펀드 평판 ‘흔들’[홈플러스 법정관리 1년]

기사 듣기
00:00 / 00:00

7조2000억 인수, 4조 차입…LBO 구조 재조명
'먹튀' 낙인에 평판 리스크 사모펀드 전반 확대
국내 PE, M&A 위축 우려 속 규제 형평성 논쟁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연합뉴스)

사모펀드운용사(PE)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이 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차입형 인수(LBO) 사례로 꼽히던 거래가 법정관리로 이어지면서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단순한 개별 투자 실패를 넘어, 국내 PEF 산업의 평판과 투자 방식 전반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이에 정치권에서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PEF에 대한 강한 규제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위축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2015년 약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4조원가량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전형적인 LBO 구조다. 당시만 해도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점포 자산 가치를 기반으로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유통 산업의 구조 변화와 소비 둔화,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재무 부담이 빠르게 부각됐다.

회생 신청 이후 사모펀드를 둘러싼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과거 해외 사모펀드의 '먹튀' 사례가 재조명되면서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덩달아 확산했다. 기업을 인수한 뒤 과도한 차입과 자산 매각으로 이익만 챙기고 떠난다는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일부 사례가 전체 산업으로 일반화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평판 리스크가 커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논란의 중심에는 LBO 구조가 있다. LBO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현금흐름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켜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M&A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구조지만, 차입 비율이 과도할 경우 경기 변동이나 금리 상승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홈플러스 사례는 이런 위험이 현실화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LBO 인수 시 허용되는 차입 비율을 기존 400% 수준에서 20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전에 제한해 유사 사례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인수금융은 M&A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이지만, 차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기업 존속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실제 제도 개편은 보다 완화된 방향으로 정리됐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제3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차입비율이 순자산 대비 200%를 초과할 경우 그 사유와 운용 영향, 관리 방안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차입 한도 자체는 경쟁력 약화를 고려해 기존과 동일한 400%로 유지됐다. 운용규모 5000억원을 초과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인 선임을 의무화했다.

업계에서는 일률적 규제 강화가 자칫 M&A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나 대기업이 정리하는 비핵심 자산을 인수해 효율화를 추진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차입 활용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대형 거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사모펀드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이 사실상 토종 사모펀드에만 적용될 경우, 해외 사모펀드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체 간 규제 차이가 발생하면 자금과 거래 기회가 해외 운용사로 쏠리는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사모펀드 전체를 투기 세력으로 보는 시각은 산업의 순기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사모펀드들도 동일하게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토종 사모펀드에만 규제가 국한될 경우 좋은 기업들이 해외 자본에만 인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쟁점은 균형이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되,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에서 사모펀드가 수행해온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을 찾는 일이다. 한 토종 PE 대표는 "저금리 환경에서 빠르게 확장해온 LBO 모델은 금리 상승과 산업 구조 변화라는 변수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제는 수익성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책임까지 함께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