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기업실적 뒤따라야 증시 속도 유지
시장흐름 타되 호흡조절 함께 해야

“기술은 세상을 바꾸지만, 시장은 그 속도를 과하게 앞서갔다가 다시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투자의 거장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이 말은 현재 인공지능(AI) 시장이 직면한 혼돈을 명확히 관통한다.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는 것은 시대적 숙명이지만, 시장의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려 ‘가격’이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우리는 AI발(發) 기술혁신의 긴 호흡을 유지하되,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진 것은 아닌지 냉철히 분별하며 투자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최근엔 비싸진 주가만큼이나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천문학적 규모의 AI 투자가 과연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가’이다. 지난해까지는 투자 규모 자체가 주가 상승의 동력이었지만, 올해는 그 투자가 곧 염려의 씨앗이 되고 있다.
규제가 느슨한 사모대출 시장에서 나오는 소음도 불편한 소식이다. 최근 구글의 1800억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나 아마존의 현금흐름을 넘어선 투자 발표는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세 가지 전략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AI 과잉투자 우려는 ‘절반의 진실’이다.자본 투입(Capex: Capital expenditures) 대비 수익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미래 생태계를 장악하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 게임의 끝에서 누군가는 승전보를, 누군가는 퇴출의 쓴맛을 볼 것이다. 이제부터는 기업별 명암이 더욱 갈릴 것이다. 그러나 이를 산업 전체의 종말로 보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해석이다.
현재 전 세계 AI 투자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산업혁명의 사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기 단계다. AI가 소프트웨어나 로봇, 자율주행 등 실물 비즈니스 속으로 보다 깊숙이 침투하면 할수록 컴퓨팅 인프라 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우려는 시기상조다. 전통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생존 위협은 수요의 소멸이 아니라 ‘주도권의 이동’이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과 대체 관계를 형성하며 더 방대한 연산량과 메모리 대역폭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응답을 위한 ‘추론형 칩’ 수요의 폭발은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 변화는 반도체 시장의 쇠락이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고사양인 반도체 시대를 앞당길 뿐이다.
셋째, 증시는 이제 ‘가속도’를 뒷받침할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물리학에서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F=ma)’으로 정의된다. 이를 증시에 대입하면, 비대해진 시가총액(질량)을 이끌고 주가 상승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힘(기업실적)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좋은 실적’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압도적 실적’이어야 한다. 또 슈퍼 헤비급이 된 테크 기업들이 중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실적을 넘어 전체 경기 지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빅테크 쏠림 현상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은 파도에서 내려올 때가 아니라, 파도의 높이를 재며 호흡을 가다듬을 때다. 기술의 방향성이 옳다면, 단기 변동성은 안정된 시장을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일 수 있다. 주변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산업의 본질과 최종 승리자가 될 기업을 찾는 투자자만이 AI가 그려낼 긴 파노라마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