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경영권 승계를 향한 왜곡된 시선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사업보국 일념 제조강국 일궜지만
오너십 상속에 반기업정서 높아져
‘대기업 편견’ 깰 경제교육 아쉬워

경제 교육을 다니다 보면 반기업 정서의 현장을 직접 보는 듯했다. 기업을 두둔하는 얘기를 하면 분노에 찬 목소리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수긍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흔히 나오는 질문은 첫째 우리나라 기업은 정경유착으로 부를 쌓았다. 그리고 노동을 착취하여 자본의 세상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대답이 가능했다.

정경유착은 경제개발 초기에는 그럴듯한 얘기지만 지금 대기업은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러면 전 세계에서 정경유착을 하고 있다는 얘긴가? 노동착취로 부를 쌓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인 삼성전자는 월급도 제일 많다. 노동을 착취해서는 기업이 클 수가 없다. 그러니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싶으면 기업을 키워줘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성장은 혁신과 불가분의 관계로, 기업별로 혁신 사례를 얘기해 주면 잠잠해졌다. 수긍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정경유착, 노동착취에 이은 세 번째 단골 질문이 골칫거리였다. 왜 아들에 아들에 대를 이어 세습 경영을 하냐? 조금 더 아는 사람은 지분도 쥐꼬리만 한데 그러다 보니 내부거래와 순환출자로 부를 상속받는다는 그럴듯한 질문까지 했다.

실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부자간, 형제간, 숙질간 최근에는 모자간, 모녀간에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 사실 낯을 들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그저 기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라 생각하고 세월에 기대 해답을 기다리자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너십의 상속, 승계에 대한 반감이 반기업 정서의 핵심이라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제조업이 만들고 연구개발(R&D)에 GDP의 5%가량을 쏟아부으며 수출의 90% 정도를 제조업으로 버는 고밀도 제조업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누리고 있는 제조업은 대부분 1960년대 경제개발의 초창기에 태동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한다.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사업도 같이 승계됐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오너십 승계의 전제였다. 그래서 오랜 기간에 걸쳐 오너의 책임아래 투자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GFCF(재화 및 서비스 생산을 위한 고정자산 취득) 비중은 30% 내외로 선진국(20~25%)보다 항상 높았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보다 GFCF비중이 높은 나라는 중국과 인도뿐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높은 GFCF 비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너십 경영이 그중의 하나라고 추측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오너십의 승계는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의 승계도 포함한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유난히 국가를 강조하고 중요시했다.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이나 정주영 회장의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은 오너를 위해서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꼭 발전시켜야 했다.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사업, 정주영 회장의 조선, 자동차 사업이 3대에 걸쳐 영위되고 나라를 먹여살리는 주력산업으로 성장한 것은 이러한 철학과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최종현 회장이 1978년 설립한 선경반도체의 꿈이 SK하이닉스로 만개되고 있는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하필 왜 아들인가 하는 의문도 저절로 해소된다.

경영권의 승계는 쉽지가 않다. 보유 지분율의 희석이 불가피하다. 상속세도 내야하고 형제간에 지분도 쪼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는 큰 역할을 했다. 대주주는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경영권 안정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또 신사업 진출이나 지주사 전환, 인수합병(M&A) 등의 구조조정의 필요에서 자사주를 취득해 낮은 지분율을 보완해 왔다. 적대적 M&A등의 상황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백기사(우호세력)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려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비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자사주는 경영권을 안정시키고 장기적 설비투자를 일으켜 우리나라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면서 국회는 기업이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 대책은 외면했다.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 의결권, 의무 공개매수 등의 제도는 모두 묵살했다. 마치 경영권 승계의 단점만 요리조리 골라가며 질문하는 경제교육의 현장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 올 때면 경제 교육이 규제완화의 선결과제라며 정책건의에는 경제 교육의 효과를 반영해 완급을 조절하라고 당부하곤 했다. 그만큼 경제 교육을 재계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다. 상속세 논란에 자사주 강제소각에 배임죄 논란까지 제조 강국의 주역이면서 그 흔한 시민단체의 지지성명 하나 없이 고군분투하는 재계의 모습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 발언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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