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제79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한국의 영화감독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칸영화제 측은 "12편의 화려한 장편 영화를 통해 그는 현대 영화에서 가장 매혹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라며 "본능적이고 전복적이며 화려한 그의 영화는 대본, 스타일, 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대담하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위촉으로 박 감독은 한국 영화감독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되는 영예를 안았다. 앞서 1994년 신상옥 감독이 한국 영화감독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
이어 이창동과 홍상수 감독이 각각 2009년, 2025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배우로는 전도연과 송강호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었다.
박 감독은 '깐느박'이라는 별칭 답게 칸영화제와의 인연이 깊은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영화제에 처음 입성했다.
이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국제 무대에서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박 감독은 2017년에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칸영화제 측은 박 감독에 대해 "거장 감독은 상징적인 사회적 메시지나 관객에게서 결코 벗어나지 않으며 때로는 끔찍하고, 때로는 신나고, 때로는 에로틱한 여정 속에서 어둡고 불안한 세계에 몰입하게 만든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감독의 위촉은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얼마나 깊은 애착을 가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라며 "한국영화의 창의성은 칸영화제 공식 섹션을 통해 잘 드러났다"라고 전했다.
한국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약진을 기점으로 칸영화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한국 영화감독 최초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등 후속 세대의 감독들이 경쟁 부문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과 주요 부문에서도 한국영화의 이름은 반복적으로 호명됐다.
특히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한국 최초의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그 정점을 찍었다. 또한 배우 전도연과 송강호가 각각 여우·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영화는 감독과 배우 모두에서 칸과의 특별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위촉과 관련해 박 감독은 "극장은 영화의 빛을 보기 위해 어두워지는 곳이다. 우리는 영화라는 창을 통해 영혼이 해방될 수 있도록 극장 안에 갇힌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장에 갇혀 영화를 보고, 심사위원들과 토론하기 위해 갇히는 이 자발적인 이중의 감금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분열이 팽배한 이 시대에 한 편의 영화를 함께 보기 위해 극장에 모여 같은 숨결과 같은 심장 박동으로 시간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보편적인 연대의 표현이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