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 P5 HBM 생산 나서
SK, HBF 글로벌 표준화 착수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계기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재확인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초기 HBM 경쟁이 미세 공정과 성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양산 안정성과 공급 능력이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급증은 AI 인프라 투자가 단기 사이클이 아닌 장기 투자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경쟁의 병목이 연산 능력에서 메모리 대역폭으로 이동하면서 HBM 수요 역시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를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회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HBM4는 기존 세대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개선한 제품으로 대형언어모델(LLM)과 AI 데이터센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평가된다.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연산 성능보다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이 병목으로 작용하면서 차세대 GPU 경쟁 역시 HBM 성능에 좌우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5 라인을 HBM 생산 거점으로 구축하고 D램 기반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서며 공급 대응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평택 P4의 1c D램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월 최대 10만~12만 장 수준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결합한 통합 전략을 통해 AI 반도체 생태계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시장이 세대 전환 국면에 들어서면서 경쟁의 초점도 단순 점유율 경쟁에서 차세대 성능 표준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대 HBM 양산 규모와 안정적인 수율 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엔비디아 공급망 내 핵심 파트너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HBM 비트 수요가 올해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이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만큼 실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메모리 초호황의 수혜가 직접 반영되는 구조도 형성됐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영역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샌디스크와 함께 ‘고대역폭플래시(HBF)’ 글로벌 표준화에 착수했다. 양사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밀피타스에서 HBF 스펙 표준화 컨소시엄 킥오프 행사를 열고 AI 추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생태계 구축 전략을 공개했다. HBF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추론 환경에서 기존 낸드의 한계를 보완할 기술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HBM 경쟁의 본질이 단순 성능 경쟁에서 안정적인 공급과 생태계 주도권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며 “AI 시대 메모리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