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발걸음은 한층 신중해졌다. 연초 5000선 돌파 국면의 ‘키 플레이어’였던 외국인이 최근에는 차익실현에 무게를 두면서, 지수 레벨업 속도와 수급의 온도 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1조2920억원을 팔아치우며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외국인은 △13일 9220억원 △19일 9400억원 △20일 7420억원 △23일 1조1130억원 △24일 2010억원을 순매도해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기록하고 있다. 총 순매도 규모는 5조2100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17% 오르며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 6000을 넘어섰다. 상승 추세는 유지됐지만, 수급 주체가 기관과 개인 중심으로 이동했다.
다만 시장은 외국인의 스탠스가 단순 이탈로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지수 레벨업 국면에서 전체 포지션은 가볍게 가져가면서도 반도체·수출·방산·조선으로 자금을 재배치하는 흐름이 포착된다.
최근 외국인은 지수 방향성과 연결되는 대형주 매수에 집중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6700억원어치 담았고, △현대차 4830억원 △두산에너빌리티 3330억원 △삼성SDI 3280억원 △한화오션 2410억원 △LG화학 2100억원 △에이피알 2080억원 △현대로템 1550억원 등도 담았다. 외국인이 지수에서는 차익실현을 하면서도, 다음 구간 주도 후보군을 미리 담아가는 전형적인 ‘포트폴리오 교체’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반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매도세를 이어갔다. △13일 8550억원 △19일 1조670억원 △20일 2조550억원 △23일 1조1480억원 △24일 4500억원 △25일 1조786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개인 등 국내 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선 현재 주식시장이 금리‧유동성, 인공지능(AI) 우려 심리, 지정학 충돌 가능성과 무역규범 재정립 등 리스크를 크게 반영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수급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3월 실적 발표 공백기에 리스크가 재가격될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상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2월 초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확대됐고, 한국도 외국인 자금 유입 속도 조절을 관찰할 수 있다”며 “미국발 AI 변동성 국면이 외국인 수급 경로를 통해 한국 시장에 전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순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패시브 수급 유입은 가속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MSCI 한국 ETF 주간 유입 추세는 올해 들어 증가 추세다. 올해 누적된 유입 금액이 33억달러(약4조7000억원)로 지난해 연간 유입금액(18억달러)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전 세계 ETF 시장에서 미국(1920억달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국가가 한국(180억달러)이라는 점도 외국인의 한국 증시 선호 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롤러코스터’ 재개 가능성을 키우는 변수는 뚜렷하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재확대와 AI 관련 불안 확대ㆍ해소로 등락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전날 국내 증시는 프리마켓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다수가 약세를 보이며 정규장 변동성 확대 우려가 제기됐지만, 장이 열리자 강세장이 이어지며 6000선 직전까지 치솟는 등 수급과 심리가 빠르게 교차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연구원은 “특정 주체의 수급 쏠림이 심화할수록 증시 전반에 걸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이 과거의 경험”이라며 “현재도 이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 만큼 주도주 중심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잠재적인 수급 변동성 국면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