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띄우는 中신흥 엘리트…‘눙차오얼’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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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20% 하락·청년실업 17% 등 경기침체 심화 속
전략산업 기술 인재만 고속 성장
최상위 명문대 ‘985’ 출신…AI·로봇·전기차로 부 축적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문화·정부 친화적 자세 공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24일 열린 한 행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예를 쓰고 있다. (우한(중국)/신화연합뉴스)
‘붉은 말의 해’인 올해 중국인 다수는 질주와 거리가 멀다. 부동산시장 붕괴와 만성적 디플레이션이 자산과 소득, 미래 전망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가계자산의 대부분이 묶여 있는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2021년 이후 평균 20% 하락했다. 임금 상승률은 둔화했고 청년실업률은 17% 안팎에서 맴돈다. 일부 졸업생은 플랫폼 기반 불안정 노동에 내몰리고 일부는 아예 취업 경쟁을 포기한다.

그러나 모두가 패자인 것은 아니다. 28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목하는 신흥 엘리트 집단이 새로운 부호로 떠오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들을 ‘눙차오얼(弄潮兒)’이라 지칭했다. 눙차오얼은 급격한 경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성공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중국 용어다.

오늘날 새 파도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전략 신산업으로 향한다. 이는 중국의 기술 패권을 겨냥한 5개년 계획의 핵심축이며, 3월 발표될 새 계획은 2030년까지의 청사진을 담을 예정이다.

눙차오얼은 똑똑하고 젊으며 때로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 또 설령 과시하더라도 포르쉐보다는 국산 전기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공무원을 피해야 할 성가신 규제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가장 큰 후원자로 생각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시 주석은 춘제(설) 연휴 직전에 ㄴ눙차오얼들을 공개적으로 만났을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눙차오얼은 과거의 신흥 부자들과는 다르다. 2000년대 초 저가 제조업, 2010년대 전자상거래, 2021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붐은 각각 수많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를 탄생시켰다. 당시에는 지방대학 졸업장만으로도 기회가 열렸고,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 상위 2000대 부자 기업가 중 절반은 학위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눙차오얼은 ‘엘리트 중 엘리트’다. 대개 중국 상위권 대학 집단인 ‘985공정’ 소속 대학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학위를 받았다. 985공정은 중국 정부가 1998년 5월 세계 수준의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발표한 계획을 뜻하며 최종적으로 39개 대학이 선정됐다. 매년 1200만 명 졸업생 가운데 985 대학 출신은 약 46만 명에 불과하다.

시 주석이 최근 공개적으로 만난 청년 창업가들은 1990년대생으로, AI 과학 응용 기업 공동창업자 장린펑, 로봇 기업 창업자 천젠위, 피지컬 AI 연구자 왕허 등이 포함됐다.

임금 구조도 극명하게 갈린다. 금융업은 여전히 높은 보수를 유지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은행 보너스 단속 여파로 임금 상승이 둔화됐다. 법률 업계는 더 부진하다. 반면 상위 10%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실질 임금은 2020년 이후 연평균 8% 상승했다. 중국 빅테크 간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최상위 엔지니어의 몸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연봉 140만위안(약 2억9300만원) 이상을 제시하며 화이트칼라 평균 임금의 10배가 넘는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중국 업종별 상위 10% 연봉과 실질임금 상승률. 가로축: 2024년 상위 10% 연봉 수준(단위 1000위안) / 세로축: 2020~2024년 실질임금 상승률(단위 %). 출처 이코노미스트
눙차오얼은 베이징 이좡, 선전, 항저우 등 몇몇 기술 허브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빈백(Beanbag) 소파와 테이블 축구대, 돌아다니는 로봇이 있지만, 벽에는 공산당 간부 방문 사진과 ‘모범 기업’ 표창장이 걸려 있다.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문화와 국가 권력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기술기업은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었다. 2020년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가 규제 당국을 공개 비판한 뒤 핀테크 대기업 앤트 기업공개(IPO)가 무산되고 마윈 자신도 몇 달씩 공개 활동이 중단됐다.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와 게임산업 등도 압박받았다. 그러나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 주석은 기술 인재들에게 “국가에 봉사하는 헌신의 감정을 기르라”고 주문했다.

눙차오얼은 정부를 규제자가 아니라 후원자로 본다. 일부 창업가는 정책이 불확실성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확실성’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지방정부는 연구개발비와 사무실 임대료, 해외 콘퍼런스 참가 비용까지 보조한다. 중앙정부는 지난해 12월 1000억위안 규모의 신규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발표했다. 한 AI 기업 대표는 “정부는 가장 안정적인 힘이며 가까이 갈수록 더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국가 주도 혁신 모델에는 위험도 따른다. 중앙정부가 특정 기술에 베팅하면서 잘못된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취약 기업에 자금을 쏟아붓는 문제, 보조금 축소 시 산업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 등이 지적된다. 2014년 이후 대형 산업기업에서 23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자동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중국 기술기업은 전기차, 재생에너지, 통신, AI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 주석은 “과학기술 자립이 중국을 현대 사회주의 강국으로 만드는 열쇠”라고 강조해왔다. 다수의 자산이 줄어드는 시대, 전략기술의 파도를 타는 눙차오얼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승자로 자리 잡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용어설명 눙차오얼(弄潮兒)
원래 조류를 따라 항해하는 뱃사람이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을 가리켰으나 현대 들어서는 디지털 경제 분야의 혁신가 등 경제의 급격한 변화 흐름을 타고 성공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의미도 포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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