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중간 성장구간 자금 공백 메울지 주목
공모 규제·공시 강화…VC 참여 여부는 미지수

개인 투자자에게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 길을 열어주는 '한국형 BDC'가 본격 도입되면서 자본시장 지형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제도 도입 후 성과 달성을 외해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PEF), 벤처캐피(VC) 등 투자 업계도 상품 출시와 역할 확대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BDC 운용 대상 중 주요 투자 대상 기업은 비상장 벤처·혁신 기업이다. 해당 기업에 자산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하고, 코스닥 상장사 투자는 30%까지만 인정된다. 특히,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 기업에 한정된다. 공모 자금을 기반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기존 공모펀드와는 다른 운용 역량이 요구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3곳은 상품 출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일부 운용사는 벤처 투자 경험과 네트워크를 앞세워 초기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다수 중소형 공모 운용사는 관망 기조다. BDC는 최소 300억원 이상을 모집해야 하고, 운용사가 설정액의 5%(600억원 초과분은 1%)를 의무 출자해야 한다. 5년 이상 자금을 묶어야 하는 구조도 부담 요인이다.
VC 업계도 잠재적 플레이어로 거론된다. 제도상 벤처펀드 운용 경력을 일부 인정받아 BDC 운용 인가를 받는 길이 열렸다. 비상장 기업 발굴과 가치평가에 강점이 있는 VC에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모펀드 수준의 공시·내부통제·위험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는 만큼 실제 인가 신청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VC 업계 관계자는 "정기·수시 공시 등 공모펀드 수준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되는데 현재 인력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PEF 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다. 직접 운용보다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BDC에 편입시키는 출구 전략(엑시트)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해상충 이슈와 공정가치 평가 부담이 변수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BDC는 '상장된 벤처펀드'에 가깝다. 일반 주식처럼 증권 계좌를 통해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지만, 자산의 60% 이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이나 소형 코스닥 기업 등에 투자해야 한다. 만기 5년 이상의 폐쇄형 구조로 중도 환매는 불가능하지만, 시장에서 지분을 매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비상장 자산 특성상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 제도가 자리 잡았다. 대표 사례는 미국의 BDC다. 아레스캐피탈, 블랙스톤, 블랙록 등 대형 운용사가 상장 BDC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대출과 지분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과세소득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를 면제받는 구조를 활용해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시해왔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부 BDC는 자산 부실로 주가가 순자산가치 대비 큰 폭으로 할인되는 등 변동성도 경험했다. 한국형 BDC는 미국과 달리 지분투자 비중을 높이고, 레버리지 규제를 엄격히 둔 것이 특징이다. 동일 기업 투자 한도, 안전자산 의무 보유, 운용사 의무 출자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제도 도입의 정책적 목적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은 후기 기업 쏠림과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BDC가 개인 자금을 흡수해 중간 성장 단계 기업에 장기 자본을 공급한다면 '데스밸리' 구간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데스밸리는 3~5년차 창업 기업 다수가 겪는 경영난을 의미한다.
다만, BDC 성공 여부는 운용 역량과 초기 트랙레코드에 달렸다는 평가다. 비상장 기업 가치평가의 불확실성, 유동성 리스크, 순자산가치(NAV) 디스카운트 가능성 등은 개인 투자자가 감내해야 할 영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몇 개 상품의 성과가 시장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며 "1호 BDC가 흥행하면 후발 주자 진입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BDC 기업들은 여타 채권 및 주식형 자산들에 비해 배당 수익률이 높다. 특히, 벤처·혁신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당이 꾸준히 지급될 수 있는 경우 BDC는 현금흐름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출자자(LP) 및 운용사(GP)의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만큼 강점을 보유한 대형 자산 운용사 중심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VC가 자문역으로 역할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