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서 중국 점유율 54% 달해
산업용 넘어 협동·휴머노이드까지 경쟁 확산 가능성

중국의 ‘로봇 굴기’가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갖추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세로 공급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기간을 연장하며 시장 방어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중국·일본산 4축 이상 수직 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에 대한 최대 43.60%의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 기간을 당초 3월 20일 종료 예정에서 5월 20일까지 2개월 연장한다고 고시했다. 외국산 산업용 로봇에 반덤핑 관세가 적용된 것은 20여 년 만이다.
지난해 1월 HD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산업용 로봇 업체 5곳은 일본·중국산 제품이 자국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로 수출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 반덤핑 수입과 국내 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잠정 관세 부과가 시작됐다.
중국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세계 로보틱스 2025’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신규 설치량 기준 중국 점유율은 54%로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일본 8%, 미국 6%, 한국 5% 순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확보한 대규모 물량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확장에 나서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배치된 로봇 수가 122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 생태계는 중소·중견업체 중심인 데다 전체 출하량의 71.2%가 내수에 집중돼 있다.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곧장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의 불씨가 산업용 로봇에만 머무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번 반덤핑 관세 조치에는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제품군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 로봇 굴기를 앞세워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 경쟁이 로봇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반덤핑 관세 연장이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 여건을 일부 개선하고 내수 방어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저가의 중국·일본산 산업용 로봇이 국내 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되며 국내 제조업체들의 영업 기반 및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로봇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덤핑 관세 연장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회복하고 국내 로봇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