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궁·홍콩 도입 속도…글로벌 자금 150조원대 유지
금융당국 신중론에 업계 동력 둔화 기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둘러싼 입법 논의가 국회와 업계를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다만 제도 설계 방식과 금융 안정성 우려가 맞물리며 도입 속도는 조율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글로벌 확산 흐름 속에서 국내 제도화 방향과 시점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3일 자산운용 및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 현물 ETF 관련 규율을 포함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기본법에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상품 허용 여부는 시행령이나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ETF 형태로 편입한 상품이다. 투자자는 별도 지갑 없이도 해당 자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직접 보관에 따른 보안 부담을 줄인다. 현물 ETF 승인 시 개인 중심이던 시장 구조가 기관 중심으로 재편되며 대규모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2024년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직후 블랙록(IBIT)과 피델리티(FBTC) 등 주요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를 출시했고, 한 달 동안 약 41조원이 유입됐다. 이더리움 ETF도 출시 한 달 만에 10조원을 끌어모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 합산 운용자산(AUM)은 고점 대비 감소했지만, 현재 약 154조원 규모를 유지한다.
해외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내는 흐름이다. 미국과 홍콩은 현물 ETF를 도입했고, 영국은 상장지수증권(ETN) 방식으로 현물 상품을 허용했다. 주요국이 각국 규제 체계 안에서 제도화를 마친 가운데, 국내 역시 여건에 맞춘 입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민병덕·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 의원안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방식이며, 박 의원안은 신설 법안에 특칙을 두는 구조다. 접근법에는 차이가 나지만, 글로벌 제도화 흐름에 뒤처지면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과 디지털 금융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이다.
정부도 올해 1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은 지난해부터 KIS자산평가와 협력해 ETF 기초지수 개발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에는 속도 조절 기류가 감지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의 ETF 출시 허용 여부와 관련해 “가상자산과 레거시 금융이 연동되면서 상호 영향이 커지는 중”이라며 “모든 자산이 연결된 구조에서는 한쪽이 흔들릴 때 연쇄반응이 나타나는데, ETF 역시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안정성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제도화 논의가 지연되면서 업계 기대감도 다소 낮아지는 흐름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제도화만 되면 현물 ETF를 즉시 선보일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상당 부분 마무리됐지만, 현재는 추진 동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