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국내 첫 크루즈터미널 24시간 개방…"밤의 부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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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크루즈터미널 24시간 운영의 첫 대상 선박인 리가타호 (사진제공=부산항만공사)

부산항 크루즈터미널에 국내 항만 개항 이후 처음으로 24시간 운영 체계가 적용된다. 형식적 '1박 2일 기항'을 넘어, 실질적인 야간 체류가 가능해지면서 부산항의 글로벌 위상은 물론 지역 관광 산업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첫 오버나잇 크루즈인 리가타호 입항에 맞춰 전국 최초로 크루즈터미널 24시간 운영을 적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세계 4대 크루즈 그룹 중 하나인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 소속 선박인 리가타호는 3만t급, 승객 정원 650명 규모로 한국·일본·중국을 15일간 운항한다. 지난 21일 인천을 출항해 이날 부산항에 입항했으며, 일본 가나자와로 출항할 예정이다.

그간 오버나잇 크루즈가 부산항에 기항한 사례는 있었지만, 터미널 운영 시간 제약 탓에 승객들은 오후 10시 전후로 선박에 복귀해야 했다. ‘1박’이란 말이 무색한 구조였다. 야간 관광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승객이 입항일 오후 10시까지 하선하면, 승선은 출항일 오전까지 자유롭게 가능하다. 야간에도 터미널 출입이 허용되는 만큼, 부산의 밤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길이 처음으로 열린 셈이다.

CIQ 협업으로 문 연 24시간 체계

이번 조치는 단순한 운영 연장이 아니다. 세관·출입국·검역 등 이른바 CIQ 기관과의 협업 체계, 보안 관리, 승객 동선 통제, 비상 대응 시스템까지 항만 운영 전반을 24시간 체제로 전환해야 가능한 일이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는 해양수산부 및 CIQ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야간 공조 운영 체계를 마련했다. 특히 부산시는 지난해 ‘제8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 터미널 연장 운영을 공식 건의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중국·일본·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주요 항만이 선사 요청 시 24시간 운영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춘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부산항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운영 역량을 갖췄다는 신호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장거리 크루즈 유치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낮에는 전통시장, 밤에는 전망대… '체류형 관광' 시동

무엇보다 기대되는 변화는 지역 관광 산업이다. 체류 시간이 실질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와 경험의 밀도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리가타호 승객들은 주간에 해동용궁사, 동백섬 누리마루,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범어사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인근 경주까지 방문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황령산 전망대 등에서 야간 관광 콘텐츠를 체험하게 된다.

부산시는 SNS 팔로우 이벤트와 '나이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크루즈 관광객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일회성 기항이 아니라 ‘하룻밤을 머무는 도시’로 인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부산항에는 오버나잇 크루즈 9항차, 중국발 크루즈 169항차, 준모항 운영 20차례 등 총 442항차의 크루즈 선박이 입항해 8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발 대형 크루즈 '아도라 매직 시티'호의 입항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는 선사별 맞춤 마케팅과 관광객 이동 편의 개선, 터미널 이미지 제고 등을 통해 크루즈 특화 관광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미식·전통시장 체험·지역 축제 등 생활 밀착형 콘텐츠를 강화해 ‘부산만의 밤’을 브랜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의 자연경관과 미식, 전통시장, 야간 관광 콘텐츠까지 낮과 밤을 아우르는 차별화한 기항지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며 "기항지 관광을 일회성이 아닌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항의 24시간 개방은 단순한 운영 시간 연장이 아니다. '잠들지 않는 항만'이자 '밤이 열리는 도시'로의 전환 선언이다.

이 실험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부산을 동북아 크루즈 허브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는 이제 실행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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