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정비사업 문턱 높아지자
중견사, 소규모 정비사업 집중
SOC 사업ㆍ공공주택 수주 확대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 수주전이 ‘대형사 전장’으로 굳어지면서 중견·중소형 건설사의 먹거리 지도는 소규모 정비사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초대형 사업장은 입찰보증금과 금융제공, 브랜드·설계 패키지 경쟁까지 요구 조건이 높아지며 사실상 체급 경쟁이 됐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 대표 격전지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1지구 재개발은 공사비 2조원대 사업장으로, 조합은 시공사 후보가 내야하는 입찰보증금으로 1000억원 ‘현금’을 제시했다. 예정 공사비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강남구 압구정5구역은 800억원을, 성동구 성수4지구가 500억원 전액 현금을 요구하는 등 보증금 규모 자체가 상향 평준화되는 분위기다.
수주 문턱이 높아지는 사이 건설업계 전반의 체력은 약해졌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기준 지난해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는 523곳으로 전년(516곳)보다 1.4%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광주·전남 기반 시공능력평가 111위 삼일건설이 법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중견·중소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됐다.
대형 사업장 수주가 점점 더 어려워지자 중견사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초 쌍용건설은 동작구 노량진 은하맨션 일대 공사비 약 1328억원 규모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HJ중공업도 이달 강북구 번동3-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약 847억원) 시공사로 선정됐다.
번동3-2구역은 ‘번동3지역 모아타운’ 관리계획이 고시된 사업지다. 모아타운은 10만㎡ 안팎의 노후 저층 주거지를 묶어 관리계획 아래 여러 개의 ‘모아주택(가로·소규모재건축 등)’으로 쪼개 추진하는 모델을 말한다. 구역이 분절돼 중견사가 수익성 좋은 블록을 선별 공략하기 쉽고, 공공 참여 시 통합심의·행정지원으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부문도 중견 건설사들의 주요 수주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올해 국토교통부 예산은 62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건설경기와 직결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전년 대비 1조6000억원 늘어난 21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공공 공사는 물량이 뚜렷하고,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중견사 입장에서는 장점이 크다.
공공부문에서 중견사의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진흥기업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5BL 아파트 건설공사 3공구’를 1622억원에 수주했다. 동부건설도 LH의 광명시흥 A2-5BL, A1-1BL, B1-7BL 통합형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을 1627억원 규모로 따내며 공공주택 분야 수주를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정비사업의 경우 보증금과 금융 지원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주가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소규모 정비사업 역시 추가분담금 등 불확실성이 커 사업 지연 가능성이 있어 중견 건설사들도 관심은 있지만 실제 참여는 선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공공 공사의 경우 예산 미집행 확대 문제와 안전 규제 강화 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OC 관련 예산이 늘었다 해도 공공 공사는 실적·절차가 필요한 만큼 관련 실적이 있는 소수 업체만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