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크레딧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과 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조정의 전 단계로 통하는 ‘부정적 관찰대상’ 지정과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이어져서다. 철강 업종에 대한 신용도 경고음도 들린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최근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BBB-)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관찰대상 지정은 등급 자체를 즉시 내리기보다, 단기간 내 하향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고에 가깝다. 신용도 변동을 촉발할 수 있는 실적·재무지표 흐름을 촘촘히 보겠다는 의미다.
건설업 신용도 조정도 나왔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 조정은 실제 등급 조정의 전 단계로, 업황·현금흐름 가시성이 낮아진 업종에서 먼저 나타나는 사전 조치다. 향후 여건이 악화하면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철강 업종의 신용도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철강사의 매출 합산은 62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생산·판매량 축소와 판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며 2023년 이후 3년 연속 매출 역성장이 이어졌다. 외형 둔화가 장기화하면 기업의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투자·차입 구조가 무거워지기 쉬워 신용도 경계 강도가 높아진다.
지난해 주요 철강사 합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매출액은 3.4%로 전년(2.8%) 대비 소폭 개선됐다. 이는 실적 비중이 큰 포스코의 수익성 개선 영향이 컸고, 그 외 기업은 취급 철물 강종과 구조에 따라 실적 방향이 엇갈렷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를 제외한 다수 기업의 이익 창출력은 철강 산업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본격화된 2022~2023년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저점 구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NICE신용평가는 철강 수요를 좌우하는 전방산업 전반에서 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고 봤다. 철강 수요 비중이 가장 큰 건설업은 장기 침체가 이어지며 선행지표인 건축 인허가 면적도 축소됐다. 자동차 산업도 전기차 캐즘, 미국 내 생산 등으로 국내 생산이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조선업은 수주 확대에도 국내 후판 수요로 온전히 연결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연초부터 나타난 신용등급 전망 조정이 등급 강등의 전조로 받아들인다. 신평사들은 업황 악화가 길어질 때 등급을 바로 내리기보다 ‘전망 하향’ 또는 ‘부정적 관찰’ 등으로 먼저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경고등이 켜지면 회사채 시장에서는 위험 프리미엄이 재산정되고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진다. 이후 실적과 재무지표가 개선되지 않거나 투자 부담이 늘면 등급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업황 둔화가 장기화하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더라도 회사채 발행 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다"면서 "실적 둔화→ 자금조달 비용 상승 → 신용도 악화의 악순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