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흥행 기반 삼아 K트렌드 경쟁력도 입증”
소비 양극화도 글로벌 중고가 브랜드에는 청신호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와의 관계를 다시 쓰고 있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단순히 해외 브랜드의 유통 창구 역할에 머물렀던 패션 기업의 수입 비즈니스가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제품을 기획하거나 트렌드나 제품을 역수출하는 수준의 협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본사에 역제안을 하는 경우다. LF는 10년 전 자사가 프리미엄 편집숍 라움을 통해 국내에 소개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포르테포르테’에 제품을 선제안해 글로벌 컬렉션에 반영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 국내에 출시돼 베스트셀러 제품이 된 ‘자수 울 트윌 블루종’이 SS26 글로벌 컬렉션에 공식 채택되는 식이다.
LF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구조를 넘어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기획과 트렌드가 글로벌 컬렉션으로 확장되는 ‘역수출형 파트너십’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 LF가 국내에서 전개해온 프랑스 브랜드 이자벨마랑의 경우에도 한국 소비자 체형이나 현지 스타일에 맞춘 아이템이 글로벌 전략에 반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단독 상품을 기획하거나 한국 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아시안 핏’ 개발도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달라진 우리나라의 시장의 존재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시장 맞춤형 아이템 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 컨템포러리 브랜드 ‘빈스’는 오는 FW 시즌에 한국 단독 코트도 출시할 예정이다.

코오롱FnC는 미국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의 한국 시장 디자인과 기획 전권을 넘겨받아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2024년에는 중국‧일본 독점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한국 주도 하에 양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검증된 상품 기획 모델을 해외 시장에도 적용하는 것은 한국 패션 기업의 기획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며 “K콘텐츠의 흥행을 기반 삼아 한국의 패션과 뷰티 트렌드도 다시금 눈길을 끌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FnC에 따르면 지포어의 한국 기획 의류 상품은 중국과 일본 매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 국내 패션 시장이 내수 부진 등으로 난항을 겪었던 최근 몇 년 사이에도 해외 브랜드가 계속 성장세를 유지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오히려 글로벌 중고가 브랜드부터 럭셔리 브랜드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흐름이 이어졌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한국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에서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K트렌드 파워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산타마리아노벨라’는 수백 년간 100ml 사이즈를 고수해왔지만 휴대가 간편한 사이즈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춰 국내에서 처음 50ml 소용량 향수를 선보인 이후 현재 전 세계로 판매를 확대했다.
스웨덴 네추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라부르켓’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공동 연구, 개발한 ‘린넨워터 코리앤더’ 제품을 국내에 독점 출시하기도 했으며 럭셔리 프렌치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도 한국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전용 상품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들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거점이 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