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혁신형 中企 인력난, 돌파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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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前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자율성·명확한 보상체계가 유인책
기업특성 맞는 최적인재 찾아내고
AI등 도구활용해 생산성 극대화를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혁신형 중소기업들은 여느 때보다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6년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경영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중소기업의 57%가 현재 경영환경을 ‘어렵다’고 답했으며, 특히 기술혁신형 기업의 30%는 경영의 최대 걸림돌로 ‘자금 조달 어려움’을 꼽았다.

현장에서는 “연구개발(R&D)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만성적 위기의식이 크다. 숙련된 기술인력이 대기업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신규 인재들은 지방은 물론 중소기업 자체를 기피한다. 혁신의 불씨를 지필 ‘연료(자금)’와 ‘엔진(인력)’이 동시에 고갈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기업-중소기업의 이중 구조’다. 임금과 근무 환경, 복지 수준의 격차는 인재의 일방향 흐름을 고착화했다. 여기에 전 세계를 휩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은 수출 중심의 혁신형 중소기업에 막대한 환경 적응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내부요인도 있다. 많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식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AI) 도입이 필수인 시대에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이를 추진할 비전과 전략,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우수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다. 즉, 자금·인력 부족 못지않게 ‘혁신전략과 혁신경영 역량’ 부족이 기업을 고립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독보적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찾은 사례도 있다. AI 반도체 혁신을 주도하는 리벨리온, 제조 AI 분야의 강자 알세미, 산업컴퓨터 분야의 여의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리벨리온은 글로벌 수준의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대기업 못지않은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알세미는 대기업과의 공동 R&D를 통해 기술 실증과 자금 문제를 해결했다. 여의시스템은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여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들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권한 위임을 통해 자율성을 높이고, ‘AI 에이전트’ 등 첨단 도구를 적극 활용하여 업무 효율을 극대화했다.

수십 년 전 작은 중소기업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한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큰 꿈(사업 이념)이 있었고, 우수한 인재를 잘 육성하며 권한을 위임했고, 변화에 부응해 기회를 잘 포착했으며, 때로는 운도 따랐다는 것이다. 결국 지속성장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CEO를 포함한 기업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구조적 인력난 속에서 혁신형 중소기업은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까?

첫째, 리더십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CEO는 인력을 단순한 자원이나 수단이 아닌, 주체이자 목적 그 자체로 인식해야 한다. 인력들에게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자율적 기업 문화와 명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CEO 및 핵심 인재들의 ‘신뢰 기반 네트워크’를 통해, 최고 인재가 아니더라도 우리 기업에 적합한 ‘최적의 인재’를 찾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는 전략이다. 우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산학협동과 기업 간 협력을 적극 활용하고, AI 및 자동화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조직을 재설계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AI 등 도구로 대체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이러한 도구들은 과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소수의 핵심 인재가 더욱 효과적으로 창의적 설계와 전략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의 적극 활용이다. 명확한 비전과 기회 포착, 역량 축적을 바탕으로, 민간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모색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다양한 기술혁신 지원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나 딥테크 챌린지 등 민간투자 연계형 정책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넷째, 기업의 해외 진출과 해외 인재 유치도 인력난 해결에 도움이 된다. 글로벌화는 시장 확대뿐 아니라 해외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좋은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단일 해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인력난’이라는 잘 알려진 문제에 대해, ‘사람이 답’이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여러 기술적 대안이나 신뢰 기반 네트워크 활용, 다양한 경영 방식 도입 등 새로운 해결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면 어려운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결국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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