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위계 허문 사극, 선거 국면 속 정치영화로도 기능
4월 열릴 예정인 영월 대표 축제 '단종문화제' 기대감↑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쇼박스가 배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누적관객수 400만명을 돌파하며 설 연휴 극장가를 장악했다. 연휴 시작 일인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26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설 당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를 관람해 화제성을 더욱 키웠다.
19일 본지가 문체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수치를 분석한 결과 '왕사남'은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417만명을 모았다. 누적매출액 역시 400억원을 넘기며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올해 설 연휴 극장가는 '왕사남'을 비롯해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최우식 주연의 '넘버원'이 맞붙으며 치열한 3파전을 펼쳤다. 이 가운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등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서사적 완성도에 힘입어 '왕사남'이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1453년에 발생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바탕으로 한 역사영화다.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왔던 단종(박지훈)과 그 마을의 촌장이었던 엄흥도(유해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왕사남'은 권력의 상·하층부가 교감하는 역사영화로 '왕의 남자'(2005), '광해'(2012), '천문'(2019), '올빼미'(2022) 등의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신분의 차이에서 웃음을, 그 차이를 넘어선 인간적 교감에서 감동을 뽑아내며 관객들에게 역사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이 같은 흥행 추세를 고려하면, '왕사남'은 지난해 한국영화 1위였던 '좀비딸'의 흥행(564만 명)을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권력의 위계가 무너지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격의 영화들은 정치영화로 기능하기도 한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해'를 관람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 역시 이번 연휴 기간 '왕사남'을 공개 관람하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화가 던지는 권력과 통치의 의미를 되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역사적 소재를 기반으로 한 휴먼 드라마는 현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보편적 감정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폭넓은 관객층의 선택을 받기 유리하다"며 "특히 대통령의 공개 관람이라는 상징적 이벤트는 작품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문화적 인증 효과로 전환시키며 관람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긴장도가 높아질수록 관객들은 사회적 갈등을 환기하는 콘텐츠보다 공동체적 정서와 보편적 가치에 접근하는 서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극장은 집합적 정서를 조율하는 장소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이번 흥행은 선거 국면에서 나타나는 관람 심리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문화 소비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들도 늘었다. 영월군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처음 맞은 설 연휴 기간 동안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은 1만6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방문객 2006명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화 흥행 효과가 관광 수요로도 이어진 것이다. 4월 24~26일 영월동강둔치에서 열리는 제59회 단종문화제 역시 역대급 관람객이 찾을 거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