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줄자 대출금리 인상 압박 [머니 대이동 2026 上-⑥]

기사 듣기
00:00 / 00:00

한국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예금에 머물던 자금은 줄고, 부동산 레버리지는 둔화됐다. 가상자산 시장의 열기도 식었다. 그 사이 자금은 자본시장으로 이동 중이다. 가계의 자산 배분 공식이 흔들린다는 신호다. 증시는 이 변화의 결과이자 흡수처다. 코스피는 5500선을 돌파했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5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이동은 단기 유행이 아니라 자산 구조 재편에 가깝다. ‘머니 대이동 2026’은 달라진 자금의 방향이 한국 금융의 질서를 어떻게 다시 쓰는지 조망한다.

(이미지=ChatGPT 생성)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요구불예금이 줄어들자 은행의 조달비용이 상승했고 이는 대출금리 인상 압력으로 연결된다. 돈의 이동이 가계의 이자 부담 확대라는 또 다른 비용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643조2634억원으로 지난해 말 674조84억원 대비 30조7450억원 감소했다. 다만 이달 들어 은행들이 예·적금 수신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이탈하던 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되돌아오는 흐름도 감지된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으로 급여·상여금, 기업 유휴자금 등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성격을 띤다. 문제는 최근 증시 활황으로 자금이 은행 계좌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점이다. 투자 대기성 자금이 빠르게 주식시장 등으로 이동하면서 저원가성 예금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 이 경우 은행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이나 시장성 조달 수단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요구불예금은 이자 부담이 거의 없어 은행 평균 조달비용을 낮추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 비중이 줄면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발행 등 비용이 높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결국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조달비용 상승은 대출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모기지·신용대출 등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경기 민감도가 높은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는 소비와 투자 여력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5년 주기형) 금리는 13일 기준 연 4.36~6.74%로 상단이 7%대에 근접했다. 6개월 변동형 금리 역시 연 3.68~6.38%로 6%대 중반을 향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이른바 ‘영끌’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5년 전 저금리 시기에 연 2%대 금리를 적용받았던 차주들이 최근 재산정 시점에 들어설 경우 대출금리가 4~5%대로 뛰면서 이자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은 이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자금이라 비중이 줄어들면 평균 조달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투자 대기 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예금의 체류 기간도 짧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