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귀향길, 부산에 닿는 첫 관문은 부산역이다. 기차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 동구다. 부산 북항 재개발과 맞물려 도시의 지형이 바뀌는 현장, 해양수도 부산의 새 좌표가 그려지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북항이 해양도시의 윤곽을 드러내고, 해양수산부 임시청사가 동구로 이전하면서 지역 분위기도 달라졌다. 관문은 상징이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자리라는 말이, 이번만큼 실감 나는 때도 드물다.
동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역대 선거에서 무소속 박한재 후보(5회)와 더불어민주당 최형욱 후보(7회)가 당선된 사례를 제외하면 보수 정당이 사실상 독식해 왔다. 직전 제8회 지방선거(2022년)에서도 국민의힘 김진홍 후보가 60.08%를 득표하며 민주당 최형욱 후보(39.91%)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기류는 단순한 연장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수부 이전이 지역 상권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소상공인 데이터 인사이트: 해수부 이전 영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해수부 부산 이전이 완료된 지난해 12월 21일을 전후한 10주간 부산 자치구별 사업장 주간 평균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동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역에서는 "상권이 살아나는 지금이 변화의 기회"라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해수부 이전을 이끈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 추가적인 정책·기관 유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양 행정의 중심 기능이 뿌리내릴 경우, 북항 재개발과 맞물려 원도심 부활의 동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형욱 전 구청장을 비롯해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종우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강철호 부산시의원이 거론된다. 공천 방식과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구도는 요동칠 수 있다.
최형욱 전 구청장은 동구 정치의 굴곡을 함께해온 인물이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의원에 당선되며 기반을 다졌고, 한국거래소 유치와 산복도로 르네상스 제안 등 상징적 현안을 주도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동구청장에 당선되며 원도심 행정의 책임자로 섰다.
재임 기간 부산 최초 지역화폐 ‘이바구페이’ 도입, 어르신 품위유지비 시행, 도시재생기금 조성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을 펼쳤다. 좌천동 도시재생뉴딜사업 유치와 부산진역 시민마당 조성 역시 주요 성과로 꼽힌다.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적 운영을 앞세우는 이유다.
김종우 예비후보는 ‘해수부 동구시대, 동구의 새로운 시작’을 전면에 내건다. 최 전 구청장 재임 시절 비서실장으로 핵심 참모 역할을 수행했다. 한때 조직과 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까지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구도로 읽혔지만, 최 전 구청장이 다시 출마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미묘한 긴장 구도가 형성됐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경험의 계승이냐, 세대 교체냐를 둘러싼 내부 경쟁이 표면 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강철호 시의원은 현역 광역의원이라는 위치에서 출발한다. 기업인 출신으로 지역 경제 네트워크를 다졌고, 한국해양대학교 글로벌물류대학원에서 수학하며 항만도시 부산의 산업 전략과 접점을 넓혀왔다.
2022년 지방선거로 부산시의회에 입성한 뒤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 공동회장으로 선출되며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고 인물 무게감을 더했다. 원도심 트롤리버스 도입, 부산형 통합 스쿨버스 추진, 북항 야구장 건립 제안, 부산고 자율형 공립고 2.0 추진 등 굵직한 의제를 제시해왔다. 특히 해양수산부 이전과 연계해 "부산의 심장 동구의 위상을 되찾겠다"며 속도감 있는 변화를 강조한다.
동구의 과제는 명확하다. 북항 재개발의 파급효과를 실제 상권 회복과 주거 환경 개선으로 연결하고, 인구 감소 흐름을 되돌릴 실질적 해법을 내놓는 일이다. 해양수산부 이전이라는 외생 변수를 일시적 호재로 끝낼지,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만들지는 정치의 몫이다.
관문은 통과점이 아니다. 방향을 정하는 자리다.
명절 밥상에서 오간 한마디가 표심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표심이 부산 정치 지형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문에서 내려질 결론이 낙동강벨트의 바람을 내륙으로 옮길수 있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