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압도적 반대에 정 대표 "부족함" 사과
김민석 총리 당권 도전설 속 전대 레이스 가속
설 이후 공천 주도가 리더십 회복의 첫 시험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구상이 19일 만에 백지화되면서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합당 과정에서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가 노출됐고, 김민석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설까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인 만큼 설 연휴 이후 지방선거 공천을 흔들림 없이 주도할 수 있느냐가 리더십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안팎에서는 합당 무산 자체보다 과정이 더 문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당 발표가 최고위원·의원들과 사전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졌고, 당원 여론조사 제안과 철회가 반복되면서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정 대표는 1월 2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게 제안합니다. 우리와 합칩시다"라며 전격적으로 합당을 제안했다. 전날인 21일 조국 대표와 비공개 회동에서 사전 교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지도부에 당일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합당 같은 중대사를 최고위에 당일 통보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
이후 정 대표는 4일 최고위에서 "전당원 여론조사와 투표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8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실제 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하자 벽에 부딪혔다. 합당에 반대해 온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이 "여론몰이 우려"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고, 합당에 우호적인 문정복·박지원·이성윤·서삼석과 맞서는 구도가 형성됐다. 결국 중립적 위치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한병도 원내대표가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쪽에 손을 들어주면서 당원 여론조사는 무산됐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20명 안팎의 의원들이 발언했으나 지방선거 전 합당에 찬성한 의원은 김영진 의원 등 사실상 1명에 그쳤다. "최고위원들이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고, 한민수 비서실장도 라디오에서 "사전에 논의가 됐던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같은 날 밤 정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합당 논의 중단을 공식화하며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민주당·조국혁신당 당원에게 사과했다.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복원도 과제로 남았다. 조국 대표는 11일 국회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면서도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민주당이 말하는 '연대'가 선거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연대인지 그 의미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며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 및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구성에는 동의했다.
전당대회 구도에도 변수가 생겼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정에 전념하고 있는 입장"이라고만 답하며 가능성을 직접 부정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당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설 연휴 이후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광역단체장 공천 과정이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