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기준 상폐 적용도 반기 빨라져
성장 기대에 의존해 온 바이오 시험대

앞으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이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주기가 기존 매년에서 매반기로 앞당겨지고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및 공시위반 요건이 강화·신설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폐 개혁 방안’에 따라 7월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종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시총 기준도 강화된다. 코스닥의 경우 현행 150억원에서 올해 7월 200억원, 2027년 1월부터는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또 완전자본잠식 요건은 기존 사업연도 말 기준에서 반기 기준으로 바뀌고, 공시위반 요건 역시 최근 1년간 벌점 15점 누적에서 10점 누적으로 강화된다.
이와 함께 통합‧일괄 심사 도입과 개선기간 단축 등을 통해 상장폐지 절차도 빨라진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상폐 실질심사 대상 기업 중 지배주주가 동일하면 통합‧일괄 심사를 적용해 퇴출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방침이다. 개선기간도 기존 최장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개선기간 중이라도 상장 적격성 회복이 어렵거나 영업 지속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되면 조기 퇴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전주는 통상 낮은 시총과 높은 주가 변동성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유통 주식 수 대비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특정 세력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19일 종가 기준 업계에서 주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20여 개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번 업계는 제도 개편이 재무 건전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시장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성장 기대감에 의존해 온 저가 바이오주들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신약개발 기업은 수년간 매출 없이 임상 비용을 선투자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 임상 지연이나 실패, 자금 조달 차질이 발생할 경우 주가 급락과 시총 축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중소형 바이오 기업은 유동성이 낮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변동성이 크다. 단기간 악재에도 주가가 급락하면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여기에 시총 기준이 단계적으로 상향되면 추가적인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이 이른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의 전환을 가속하며 옥석 가리기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상폐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만큼 최근 시장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연구개발(R&D) 중심의 적자 구조를 지닌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약개발은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는 구조인 만큼 시총이나 매출 등 정량 지표 중심의 기준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자금 조달 경로 다변화와 함께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제도 운용, 재무 요건의 탄력적 적용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경쟁력 있는 기업만 남기고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금이 시장 내에서 원활히 순환해야 투자자 신뢰도 회복되고 유망 기업으로 자금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반복적인 유상증자와 공시 지연, 자본잠식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기술력과 자금 조달 역량을 갖춘 기업은 상대적으로 신뢰를 확보하며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약개발 산업은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제도 변화가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