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논란 속 금융계열사 부담 부각

DB그룹을 둘러싼 지배구조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위장계열사 은폐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까지 겹치면서, 그룹 이슈가 핵심 금융 계열사인 DB손해보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8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 및 그 산하 회사 15곳을 소속 현황에서 누락한 김준기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회사들은 1999년 계열에서 제외됐으나,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실제로는 김 회장의 통제 아래 DB그룹 계열사처럼 운영됐고, 2010년부터는 김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확보를 위해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논란은 총수 일가가 재단과 계열사를 활용해 지배력을 유지해온 구조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촉발됐다. 관건은 이 같은 통로가 차단된 이후다. 그룹 내에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는 사실상 DB손보로 좁혀진다.
DB그룹의 구조상 제조·서비스 계열사는 경기 변동성과 투자 부담이 크고, 금융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다. 특히 DB손보는 그룹 내에서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 꼽힌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발생할수록 금융 계열사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배당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DB손보는 최근 몇 년간 배당 규모를 빠르게 늘리며 역대 최대 수준을 경신해 왔다. 배당 성향 확대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총수 일가의 현금 유입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은 엇갈린다. 지난해 9월 기준 김준기 창업회장(5.94%)과 그의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9.01%), 장녀 김주원 부회장(3.15%)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DB손해보험 지분은 18.1%다.
여기에 최근 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하며 DB손보를 둘러싼 압박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DB손보 지분 약 1.9%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달 초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은 DB손보가 업계 상위권의 실적과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배경으로 비효율적인 자본배치와 내부거래 중심의 지배구조 문제를 꼽으며, 지배주주 일가가 지주 성격의 DB Inc.에는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반면 DB손보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내부거래를 통한 이익 이전 유인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총수 개인 리스크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지배구조 논란이 반복될수록 그룹 차원의 부담이 수익성과 이익창출력이 가장 큰 DB손보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DB그룹은 DB손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금융 계열사라는 특성상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며 “공정위 고발 이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DB손보의 부담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