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언론 봉쇄·군경 동원 “국헌문란 목적 폭동” 판단
한덕수 이어 두 번째 ‘내란’ 판단…윤석열 1심 19일 선고 앞둬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재차 ‘내란’으로 판단하면서, 계엄 과정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판결에 이어 내란 관련 판단이 누적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도 유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이 전 장관은 오후 2시 16분께 남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우선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전제가 되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 선포 전후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차단하고 선거관리위원회 등 독립된 헌법기관의 활동을 제한하려 한 점을 들어, 이는 헌법 질서와 국회의 권능 행사를 무력으로 침해하려는 국헌문란 목적 아래 이뤄진 행위라고 봤다.
또 이 같은 행위가 일련의 지휘 체계에 따라 집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한 폭동, 즉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김용현 등이 일련의 지휘 체계에 따라 집단적으로 다수의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점거하고 출입을 통제해 그 활동을 제한하려 한 이상, 이들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 즉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도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봤다. 비상계엄이 한 전 총리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내란으로 평가된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을 전제로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기관 봉쇄 계획과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가 담긴 지시 문건을 교부받고, 소방청장에게 해당 조치에 대한 협조를 지시한 점을 들어 내란 실행에 실질적으로 가담했다고 봤다.
아울러 법조인 출신이자 정부 고위 공직자로서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국회 봉쇄 계획을 인지한 상태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한 점을 근거로 내란에 대한 고의와 국헌문란 목적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위증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기관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전달받고, 소방청장에게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한 사실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이를 부인한 증언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 진술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외교부·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시 문건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시 집무실 상황과 자리 배치 등을 고려할 때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 위증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이 전 장관이 소방청을 지휘·감독할 일반적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전제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방청장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선 소방서가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즉각 이행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소방청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부족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내란은 국가의 존립과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국가적 범죄로, 그 위험성은 국가 전체에 미친다”며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므로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정부 고위 공직자로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소방청에 직접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해 내란 행위에 가담했고, 이후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지 않고 위증까지 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예비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점 △내란 중요임무로 수행한 행위가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에 그친 점 △반복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거나 이행 여부를 점검한 정황이 없는 점 △실제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실행되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됐다.
법조계에서는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사건에서 법원이 비상계엄의 성격을 일관되게 내란으로 규정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회·언론 봉쇄 시도, 선관위에 대한 무력화 시도, 군·경 동원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평가한 판결 논리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경우,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는 19일 내려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