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복지재단, 승진후보자 명부 '조작'…자격 갖춘 직원 빼고 특정인만 승진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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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감사위, 5년 만의 종합감사서 14건 적발…인사위 심의권 침해·제척 위반·계약 부적정까지 총체적 부실

▲위조된 승진 목록이 표시된 게시판 주위에 한 무리의 직원들이 모여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무실 장면을 묘사한 이미지. (김재학 기자·오픈AI 달리)
경기도 산하 경기복지재단이 승진 자격을 갖춘 직원을 임의로 배제한 채 특정인만 골라 승진후보자 명부를 작성하고, 평정점수가 높은 직원의 순위까지 뒤바꾸는 등 인사비리를 조직적으로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기도감사위원회가 경기복지재단에 대해 5년 만에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부당한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을 비롯해 제척 의무 위반, 계약추진 부적정, 업무추진비 집행 부적정, 공가·병가 사용 부적정 등 총 14건의 위법·부적정 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단은 4차례에 걸친 승진 관련 인사위원회에서 해당 직급의 최소 승진 소요 연수를 충족한 정당한 후보자가 있는데도 승진 예정 인원만큼만 임의로 명부를 작성해 인사위원회에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인사위원회에서는 평정점수가 높은 직원을 제외하고 순위를 조작해 명부를 작성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2순위·3순위 후보자를 빼고 1명만 올리거나, 1순위·3순위·5순위를 제외한 뒤 2순위를 1순위로, 4순위를 2순위로 둔갑시키는 방식이었다.

감사보고서는 이에 대해 "정당한 승진 후보자 일부를 임의로 제외해 사실상 이미 승진자를 결정하고 작성한 승진 후보자 명부를 인사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함으로써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위원회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승진 임용에 대해 임용권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으나 아무런 제한 없는 재량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의로 직원 중 일부를 제외한 것은 인사위원회의 독자적 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육아휴직·질병휴직 등으로 근무성적평정 점수가 없는 직원에 대해 규정상 근거 없이 이전 연도 점수를 임의로 대체 적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위원회는 "이전에는 실제로 0점으로 반영했던 것을 노무사 자문만으로 변경한 것은 규정 개정이나 방침 결재를 거치지 않은 자의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감사보고서는 담당자 진술을 인용해 이 같은 부당한 명부 작성이 "전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기록했다.

인사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징계 혐의자의 직속 상급자가 해당 징계사건 심의·의결에 위원장으로 참여해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건도 적발됐다.

감사위원회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척규정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징계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강행 규정으로서 이에 위반한 징계권 행사는 절차에 있어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 해당 사건의 재징계를 요구했다.

해당 징계 혐의자가 자신의 징계안건이 포함된 인사위원회 운영계획을 직접 검토·결재한 사실도 드러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재판 관할법원 통보 조치가 내려졌다.

계약 업무에서도 부적정 사항이 줄줄이 확인됐다. 업무시스템 및 홈페이지 개편 용역 계약 시 제안서평가위원회의 법정 최소구성인원(7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5인의 위원으로만 평가해 계약을 체결했으며, 다수의 계약에서 평가항목별 배점한도를 기준보다 초과 적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안서 평가 후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건도 다수 적발돼 공공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법인 변경등기를 최장 226일 지연처리하고 주무관청(보건복지부) 임원 취임 승인 없이 변경등기를 먼저 실시 △서면수당의 명확한 지급기준 없이 5만원부터 62만원까지 담당자별로 임의 지급 △보수 및 수당 규정에 대표이사 부가급 지급 근거가 삭제됐는데도 이를 정비하지 않은 채 계속 지급 △업무추진비로 집행대상이 아닌 외부관계자에게 명절선물·경조사비 지급 △복무규정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공가사용 및 진단서 없이 6일 초과병가 승인 △의원면직·명예퇴직 신청자의 비위사실을 규정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은 사실 △예수금 통장 잔액을 정리하지 않은 채 순세계잉여금으로 부적정 편성 △상품권 관리대장 미공시 등이 적발됐다.

한편, 감사보고서는 우수사례로 전국 지자체 최초 불법사금융 피해지원 사업을 꼽았다. 재단은 금융취약계층 대상 불법사금융 피해구제 전담팀을 구성해 피해도민 3863명을 상담·지원하고, 불법사금융 채무 1만3984건 중 98%를 종결했으며, 부당이득금 7억8000만원을 회수하고 고금리 상환 중단으로 133억원 규모의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기도 감사위원회는 이번 감사에서 행정상 조치 14건(주의 9건, 시정 5건)과 함께 관련자 7명(경징계 2명, 훈계 5명)에 대한 신분상 처분을 요구하고, 부적정 집행 예산 34만1000원의 환수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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