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 떠난, 곳간 찬 K-조선…李 대통령도 콕 집은 '인력 공동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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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호황에 상반기 경력 채용 한창이지만
저임금·하청 구조 속 숙련공은 이탈 가속
대통령도 지적한 K-조선 인력 구조
“현장 인력 떠나지 않는 처우 개선 등 필요”

“불황기 처우 악화로 용접공 등 베테랑들이 대거 건설 현장으로 이탈했다. 이제는 팀장·반장급만 한국인일 뿐,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수준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의 이 토로는 ‘K-조선’의 화려한 수주 실적 뒤에 가려진 인력 공동화 현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겉으로는 탄탄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훈풍을 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숙련공 부족과 외국인 노동자 의존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굳어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인력 모시기’는 한창이지만, 정작 숙련공 부족은 해소되지 못하면서 K-조선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호는 19일까지 올해 상반기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모집 직무는 △공정안전관리(PSM) △산업설비 영업·기획 △산업설비 기계설계(생산관리 포함) 등이다. 근무지는 전남 목포(영암)이 대부분이지만, 산업설비 기계설치 생산관리 직무는 부산과 광양에서 근무하게 된다.

삼성중공업 역시 23일까지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모집 분야는 △PM(해양 사업관리·운반선 사업관리) △HSE(PJT 관리, 안전보건 관리) △생산관리(해양플랜트 공정·운반선 공정·해양품질 등) △설계(운반선 설계·해양 EM) 등이다. 근무지는 경남 거제 조선소다.

이 외 한화오션도 국낸에서는 1분기 경력사원 채용을 22일까지 진행 중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에서는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정부 산하 고용기관과 협력해 현장 생산직 중심의 채용 행사를 열었다. 채용에는 견습생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은 물론, 용접공 등 현장 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이 외 케이조선도 상반기 신입·경력 사원 채용을 진행하는 등 새해 중견 조선사까지 인력 확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표면적으로는 ‘채용 확대’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인력 딜레마’의 단면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주 물량은 사상 최대 수준이지만, 과거 불황기 동안 저임금 구조 속 숙련공이 대거 이탈했고, 이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해서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조선업에 투입된 생산 인력 1만4359명 중 국내 인력은 2020명에 불과했다. 86%에 해당하는 1만2300명은 외국인이었다. 현재 채용 중인 인력 역시 관리·설계·기획 직무 위주로, 현장을 책임질 숙련 기능 인력을 직접적으로 보강하는 채용과는 거리가 있다.

조선업은 고난도 용접, 배관, 조립, 도장 등 숙련도가 생산성과 품질을 가르는 산업이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도크가 돌아가지 않는 구조에서는 숙련공들에 대한 임금, 고용 안정, 작업 환경 개선은 물론 숙련 인력 양성까지 손보지 않는다면, 지금의 수주 호황도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언젠가는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이는 너무 먼 이야기”라며 “사람이 떠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숙련공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환경과 처우 개선이 당장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대통령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제5회 국무회의에서 국내 조선업의 저임금·하청·외국인 중심 구조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를 월 220만원 주고 채용해 일하면 국내 노동자와 국내 일자리는 어떻게 되느냐”며 “숙련공으로 성장해 중간 기술자로 성장해야 생태계가 유지될 텐데 이 사람들이 1년 일하다 (고국으로) 가 버리고 또 220만원 주고 일하다 가버리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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