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의회 긴급 토론회 개최

정부의 1·29 주택공급 대책 발표 이후 경기 과천과 서울 용산 등 수도권 주요 거점 지역에서 반발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공급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지역 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는 논란이 격화되면서 후속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자치구와 업계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이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용산구는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종합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총괄반, 실무대응반, 지원반 등 4개 반으로 운영되는 TF는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함께 정책 영향 분석, 주민 의견 수렴을 병행하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두 차례 논의만 진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16개 주민센터를 통해 오프라인 주민 설문조사도 진행 중이다. 용산구의회도 9일 본회의에서 '1만 가구 공급 확대 방안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역 반발이 커진 배경에는 물량 확대 과정에서 주거 환경과 기반시설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렸다. 특히 과밀 개발로 인해 이른바 '닭장 아파트'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용산에 거주하는 김 모 씨(32·여)는 "용산은 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통부터 감당이 안 되는 지역"이라며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평일 낮에도 상시 정체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 교통난도 못 푸는 상황에서 주택만 더 늘리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공사장 펜스에는 정부 공급대책에 항의하는 내용이 적힌 근조 화환이 세워지기도 했다.

과천 지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과천 방첩사 부지(28만㎡)와 경마공원 부지(115만㎡)를 이전해 98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과천 주민 정 모 씨(38세, 남성)는 "공급 계획부터 먼저 발표할 게 아니라 교통 대책 등 기반시설 방안을 충분히 논의한 뒤 발표하는 게 순서 아니냐"라면서 "서울숲을 없애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면 서울 시민들이 찬성하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과천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7일 관내 중앙공원에서 과천 사수 범시민 총궐기 대회를 열고 집단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대 움직임은 제도권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다. 과천시의회는 12일 한국마사회 대강당에서 '경마장 이전 주택공급 반대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하영주·윤미현·우윤화 시의원이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주거 환경 훼손 우려와 대안 마련 방안이 논의될 계획이다.
정부는 경마장 이전 방침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마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말산업도 중요하고 마사회 종사자와 지역사회가 모두 중요한 만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원구 태릉CC 일대는 문재인 정부 당시 공급 계획에 격렬히 반대했던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과거 때보다 공급 세대 수가 줄었고,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가 움직이기로 하면서 주민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라며 "또 교통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의지 표명이 주민들의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갈등이 확산되면서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정책 성패는 결국 지역 수용성과 합의 과정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태릉CC 사례처럼 주민 반대 여론이 거세면 정부도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후속 주택 공급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주민들의 반발이 넘어야 할 산인 만큼 그 과정에서 정책 조율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공급의 성패는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시간 싸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