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 잘못된 구조 발본색원
담합·불공정거래 집중 점검… 가격 재결정명령 거론

정부가 11일 민생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한 것은 경기 지표는 나아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부 밀가루ㆍ설탕 업체의 담합ㆍ독과점 행태가 가격 왜곡 현상을 부채질한 것으로 드러나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례적으로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단순한 물가 관리 차원을 넘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잘못된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는 재정경제부와 공정위가 중심을 잡고 관계부처와 협업해 운영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의장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부의장을 맡았다.
이번 TF는 이재명 대통령이 5일 "물가 관리 TF 구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엿새 만에 출범했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충격, 수급 여건, 통화량 등 대내외 변수뿐 아니라 기업들의 담합, 시장 독과점 구조를 서민 체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한 것이다. 설탕·밀가루 업체 담합 등 일련의 사태로 드러난 원재료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생활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주목되는 점은 물가 관리에 공정위를 앞세웠다는 것이다.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에는 재경부(옛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월 1~2회가량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점검하는 방식이었다. 공정위는 안건이 있을 때만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정위를 야전사령관으로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불공정행위와 전쟁을 선언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전체 TF로 봤을 때 공정위가 중심 역할을 맡아 재경부와 함께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불공정거래나 담합을 주로 살펴보겠다는 정부의 시그널로 이해하면 된다"며 "공정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은 다른 정부부처와 함께 더 심도 있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격 재결정명령'은 시장이나 산업계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재결정명령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 적용된 바 있다. 정부가 20여 년 만에 가격 재결정명령을 다시 언급한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체감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주 위원장은 이날 TF 1차 회의에서 "독과점적 가격남용과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려면 부당이득을 현저히 초과하도록 충분한 제재가 필수적"이라며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선진국 수준에 맞게 높이는 법 개정과 과징금 부과 체계 개편을 위한 시행령 및 고시 개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TF의 핵심인 불공정거래 점검팀은 가격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현장조사반이 직접 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별도의 전담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공정위 조사관리관 산하에 있는 사건국이 투입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구조개선정책과는 항상 모니터링을 하면서 시장 구조를 파악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며 "별도의 인원 추가 없이 기존 인원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