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속 숨은 비용…은행 ‘지정 법무사’ 관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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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상담 과정에서 은행은 특정 법무법인을 지정하며 소유권 이전 등기 업무를 해당 법무법인에 맡겨야 한다고 안내했다. 견적을 받아본 A씨는 비용이 통상 시장 가격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 다른 법무법인을 이용하겠다고 하자 은행 측은 대출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잔금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A씨는 결국 은행이 제시한 법무법인을 선택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협약을 맺은 법무사나 법무법인에 등기 업무를 맡기도록 안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고객 선택 사항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지정 구조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업무 난이도와 범위에 따라 법무사 보수가 정해지고 소비자와 협의를 거쳐 비용이 확정된다. 반면 은행과 협약을 맺은 법무사의 경우 비용 산정 기준과 계약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적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사례에서는 시장 평균보다 두 배 가까운 비용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담보대출 등기 비용 구조는 항목별로 구분된다. 대출 실행과 직접 연계된 근저당권 설정 등기 비용은 통상 은행이 부담하고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유권 이전 등기 비용은 고객이 부담한다. 고객이 별도 법무사를 선임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협약 법무사를 이용하면 서류 확인과 등기 절차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업무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있어 보완 요청이나 추가 서류 제출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 등기는 고객이 직접 법무사를 선임해 진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일반 원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단체와 업계 일각에서는 고객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리뿐 아니라 등기 비용 등 부대비용도 대출 총비용에 포함되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전반의 비용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겠지만, 법무사 지정을 이유로 대출을 거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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