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천문학적 빚 내서 AI 투자…100년 만기 채권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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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알파벳, 사상 최대 200억달러 회사채 발행
영국서는 이례적 100년 만기 초장기채 발행 추진
올해 AI 설비투자 6600억달러 달할 전망
채권시장 과열·재무 유연성 저하 우려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예고한 미국 빅테크들이 잇따라 천문학적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채권 발행은 물론 100년 만기 초장기채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달러화 채권은 만기가 각각 다른 7종류다. 당초 알파벳은 150억달러로 계획했으나 투자 수요가 몰려 증액했다. 이는 알파벳 사상 최대 규모 회사채 발행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알파벳은 영국 파운드화와 스위스 프랑화 회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운드화 회사채는 만기가 100년인 초장기채 발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기업으로서 ‘센추리 본드’로 불리는 100년 만기 채권은 꽤 이례적이다. 대부분 장기채는 최대 40년 만기 채권들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년 전인 1996년 IBM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던 게 기술기업의 마지막 초장기채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0년 만기 채권은 가장 극단적인 장기 차입 형태로 매우 드물다”며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기에 오스트리아와 아르헨티나 등 여러 정부에서 대량으로 발행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미국 주요 빅테크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을 위해 잇따라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오라클은 지난주 250억 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로 불리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의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약 78% 증가한 6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4~2025년 투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FT는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모두 최근 실적 발표에서 확대된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현금 흐름만으로 이러한 전례 없는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서 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차입 금액이 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또한 지난해의 1650억달러에서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은 물론 대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페이스X의 자회사가 된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는 사모 대출을 통해 엔비디아 칩 구매 비용 34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대규모 채권 발행이 잇따르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채권시장 수요가 확산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구글의 40년물(2066년 만기) 채권은 미국 국채 대비 0.95%포인트(p)의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얹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장기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채권의 순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T는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초장기 채권이 ‘무거운 짐’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는 기업의 ‘재무 유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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