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 거래 넘어 전략적 공급 동맹으로 진화

수입차 브랜드와 국내 부품사 간 공급 협력이 전략적 동맹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 흐름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전장·배터리 기업의 채택 사례가 잇따르면서 수입차–국내 부품사 간 ‘협력 생태계’가 빠르게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페라리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사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페라리 루체’ 론칭 행사를 진행하고, 실내 디자인을 공개했다. 루체는 최첨단 기술과 독창적인 디자인, 동급 최고의 주행 성능을 갖춘 페라리의 프리미엄 전동화 라인업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실내 디자인에서 주목할 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해 만든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반의 솔루션이다. 앞서 페라리는 지난해 12월 차세대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채택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두 달만에 그 결과물을 공개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은 루체의 운전자 비너클(계기판 하우징)에 탑재됐다. 운전자 비너클은 스티어링 휠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주행 자세가 바뀌어도 계기 정보를 동일한 시야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경량·초슬림 OLED 패널과 세계 최초로 세 개의 대형 컷아웃(구멍) 구조를 적용해 시인성과 공간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페라리는 루체를 계기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업을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 페라리 최고 연구개발 총괄은 "OLED 패널 설계·제조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광범위한 전문성은 페라리의 차세대 모델 내 디지털 환경을 발전시키는 데 명백한 플러스 요인"이라며 "양사의 기술 협력은 차세대 자동차 혁신을 끌어내기 위한 '산업 간 기술 교류'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10월부터 루체에 대한 고객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처럼 고급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기업들의 부품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들도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해외 수입차 기업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최근 자사의 차세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필라2’에 LG디스플레이의 필러투필러(P2P)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기로 했다. P2P는 자동차 운전석 앞 유리 기둥(필러) 왼쪽 끝에서 조수석 오른쪽 끝까지 가로지르는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아필라 세단에도 40인치 P2P를 공급한 바 있는데, 양사 간 협력이 더 확대된 셈이다. 이번 차세대 SUV는 2028년부터 북미 시장에 출시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중국 비야디는 지난해 삼성전기와 수천억 원대 규모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SK온·삼성SDI 등은 BMW·벤츠·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