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부처·대학 엇갈려…지역 개발 연계 한계 드러나
성남·광주·창원 교육용 부지 ‘미활용’…세종대도 장기 정체

지역 개발과 연계해 대학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장기간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부지 조성 이후 활용 시점과 재원 마련, 추진 책임을 둘러싼 구조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2025년 개교를 목표로 제시됐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평택 부지는 현재까지 본격적인 활용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KAIST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AI 반도체 혁신 캠퍼스’ 구상에 따라 상세 설계 단계에 착수했으며, 활용 시점은 2029년으로 재조정됐다. 2021년 실시협약 체결 당시 제시된 일정과 비교하면 최소 4년 이상 늦춰진 셈이다.
당초 학부·대학원 교육 중심 공간으로 설명됐던 부지 활용 방향도 이후 실증·테스트베드형 연구시설로 바뀌며 사업 구상이 유동적으로 조정돼 왔다.
부지 활용이 지연된 배경으로는 중앙정부·지자체·대학 간 역할과 관리 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는 점이 거론된다. KA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대학이지만 부지 활용은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추진돼 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AIST 관련 부지 활용은 국비가 투입되지 않는 사업으로, 대학 자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활용 시점이나 세부 일정은 부처 승인 사항이 아니라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관련 상황은 공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지 제공과 건축 역시 평택시와 KAIST 간 협의 사항으로, 부처가 직접 관여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KAIST 관계자는 “평택시와 학교 측 간에 조율 및 협의 부분에서 지연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평택 캠퍼스 추진은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KAIST 평택 부지가 학부·대학원 정원이나 학사 운영과 직접 연계되지 않으면서, 관리·인가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교육부 소관의 대학 설립·정원 조정 대상 사업은 아니다”며 “활용 시점 변경과 관련해서도 교육부가 협의하거나 승인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평택시는 브레인시티 내 대학 부지를 제공하고 행정 지원을 맡아 왔지만, 재원 조달이나 활용 일정 관리까지 담당하는 구조는 아니었다. 평택시 관계자는 “시는 부지 조성과 행정적 지원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구체적인 활용 방식과 시점은 KAIST 측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유휴·미활용 부지 문제는 KAIST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종대학교 역시 경기 성남·광주, 경남 창원 등 전국에 보유한 부지가 각종 규제와 행정 절차로 수년째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 하대원동 부지는 개발제한구역과 환경 규제로 장기간 개발이 지연됐고, 광주시 도척면 부지와 창원시 구산면 부지도 산업·관광지구 지정 및 보호구역 문제로 활용이 늦어졌다.
세종대는 일부 부지에 대해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연구·교육시설 조성을 추진하는 한편, 교육부 허가를 받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부지도 있다.
세종대 관계자는 “법·행정적 규제로 각 지역 부지의 교육용 활용이 지연되고 있지만, 미활용 기간에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며 관리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며 “해당 부지들은 학사 운영이나 학생 이전을 전제로 한 캠퍼스가 아닌 연구단지·클러스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에서도 대학 부지 활용이 장기간 정체돼 있다. 대구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경북대학교, 토지공사는 2009년 대학 부지 조성 협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일부 부지 매입 절차만 진행됐을 뿐 학생 이전이나 본격적인 활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대 관계자는 “일부 연구시설은 들어와 있지만 학생 이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KAIST 평택 부지를 포함한 대학 유휴부지 문제의 해법 역시,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얼마나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 부지는 교육 자산이자 공공 자원인 만큼, 활용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관리 책임과 점검 체계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재원 구조와 활용 모델, 일정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유휴부지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