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착시' 개인은 부유해졌는데 사회는 가난해졌다 [국가 통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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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화 방식, 1·2인 가구 소득·자산 저평가⋯한국 특수성 고려한 기획통계 등 필요

저출산·고령화, 1인 가구 급증으로 인한 대표적인 통계 왜곡은 빈곤율과 평균 자산이다. 개인의 소득과 자산 수준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가구 분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기존 지표와 맞물리면서 사회 전체가 가난해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기준에 맞춘 통계 체계가 급변하는 우리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책 판단의 기초 자료로서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득 같아도 가구 쪼개지면 '빈곤층' 전락

9일 이투데이가 국가데이터처의 2014~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난 10년간 가구구성이 변하지 않았다면 현재 상대적 빈곤율은 공표치(14.9%)보다 3.56%포인트(p) 낮은 11% 초중반대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구성 변화라는 단일요인이 통계상 빈곤인구를 3분의 1가량 과대포장했다는 의미다. 본지는 분석에서 가구원 수와 연령, 취약가구 여부를 고려해 가구구성을 9개로 유형화했는데, 1·2인 일반·취약가구 증가와 4인 이상 일반가구 감소가 소득과 무관하게 빈곤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이러한 빈곤율 왜곡은 국제표준으로 통용되는 ‘균등화’ 방식에 기인한다. 균등화는 가구 소득을 개인 소득으로 변환하는 절차다. 균등화 소득은 가구 소득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눠 구한다. 처분가능소득(실제 생활에 쓰는 돈)을 균등화한 값은 빈곤율 산정의 기준소득으로 쓰인다.

이 방식은 가구원 수가 적은 가구의 균등화 소득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한다. 일례로 가구원 1인당 100만원을 버는 4인 가구는 총소득이 400만원이므로 균등화 소득은 200만 원으로 계산된다. 1인당 소득은 모두 100만원이지만 빈곤층이 아니다. 그런데 이 가족이 모두 1인 가구로 독립하면 개인별 균등화 소득은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개인별 소득은 같은데 빈곤층이 되는 셈이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가파르다. 이 때문에 현재 통계에서는 개인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저평가돼 빈곤율도 오르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함정’에 빠진다.

집값 때문에 30대 순자산 줄었다?

자산 통계에도 모순이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가구주가 30대인 가구의 순자산이 감소한 것이 논란이 됐다. 전체 가구의 순자산액은 지난해 평균 4억7144만원으로 전년보다 2250만원 늘었는데 30대 가구에선 2억5060만원으로 342만 원 줄었다. 이를 두고 집값 상승에 따른 ‘내 집 마련’ 좌절과 전·월세 급등, 고용난 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됐다.

하지만 30대 자산 감소는 저출산·고령화와 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아직 마이크로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상세한 분석이 어렵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은 공표된 기술통계에도 충분히 반영돼 있다. 2022년만 해도 전체 가구원 평균 가구원 수와 30대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6명으로 같았는데 2023년 전체 가구 2.5명, 30대 가구 2.4명으로 역전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가구 2.3명, 30대 가구 2.1명으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미혼·만혼화에 따른 30대 1인 가구 증가와 출산 감소가 주된 배경이다.

가구원 수에 따른 순자산액은 차이가 크다. 2024년 30대 가구를 기준으로 1인 가구 1억3488만원, 2인 가구 2억7073만원, 3인 가구 3억6837만원이다. 가구원 수가 1명 증가할 때마다 ‘억’ 단위로 자산이 는다. 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에 기인한다. 혼인을 계기로 자산이 합쳐지고 실물자산 취득이 발생한다. 증여도 주로 이 시기에 이뤄진다. 그러나 혼인이 늦어지면 자산 결합과 실물자산 취득, 증여도 함께 늦어진다.

특히 30대 가구의 자산에는 더 복잡한 요인이 얽혀 있다. 청년세대의 자립 기반이 약화했을 수 있지만 혼인·출산과 별개로 부모세대의 부가 자녀세대로 이전되는 부의 재분배 지연도 관찰된다. 통계적으로 부모세대의 평균 가구 간 이전지출은 늘지만, 가구 간 이전지출이 있는 부모세대의 비율은 축소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층의 경제·사회활동이 연장되면서 부모세대의 ‘가구 간 이전지출’이 양극화하는 모습이다.

통계 개편은 한계⋯기획통계, 공표항목 추가 등이 현실적

다만 왜곡 현상을 바로잡을 통계 집계·공표 방식 개편에는 한계가 있다. 집계·공표 방식을 바꾸면 통계의 연속성이 깨지고 국제 비교도 어려워져서다. 집계·공표 방식은 유지하면서 ‘국가데이터처 승격’에 걸맞게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통계 형태의 분석 보고서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는 매년 3회 내외 기획통계나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저출생 통계지표’, ‘2024년 통근 근로자 이동 특성 분석 결과’, ‘25∼39세 청년의 배우자 유무별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을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사회적 관심계층의 생활특성 분석’, ‘청년 인구이동에 따른 소득변화 분석’, ‘청년(20∼39세) 한부모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을 발표했다.

공표통계에 항목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선례도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와 국내 기준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를 별도 공표하고 있다.

국가승인통계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플랫폼 노동, 인공지능(AI) 등 경제·사회 변화를 통계가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사회 변화를 반영한 국가데이터처의 새로운 국가승인통계가 시급하다”면서 “국가승인통계로 등록되려면 검증·관리가 필요하고 여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도 경제·사회 변화에 맞춰 새로운 통계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현재는 초기 단계로 국가승인통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 관련 통계는 준비 중이고 AI는 별도 통계보다 경제총조사에 문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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