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평가ㆍ책임구조까지 개편
'알고리즘 관리'로 통제방식 변화
노동시간 단축 등 전환 합의 없어
전환규칙 만들어 미리 대비해야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공장과 사무실을 넘어 ‘현장’으로 들어오면서 갈등의 초점이 기술이 아니라 제도로 옮겨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로봇과 AI를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에 비유하며 공개적으로 거론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술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규칙을 만들어 우리 사회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와 자동화 설비 도입이 현실화되자 노사 간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계는 로봇을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완화의 해법으로 본다. 반면 현장에선 일자리와 평가 체계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는 불안이 누적된다. ‘로봇이 일을 대신한다’는 단선적 프레임보다 로봇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관리·평가·책임 구조까지 재편한다는 점이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수용 속도는 이미 빠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정리한 주요국 AI 사용 실태를 보면 한국의 AI 사용 비중은 3.06%로 일본(3.12%)에 이어 동아시아 2위로 나타났고 업무용 사용 비율은 51.1%로 동아시아 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AI 사용은 코딩 작업에 24%가 집중돼 있고 자동화에서 증강으로 사용 패턴이 전환되는 흐름(52%)도 관찰됐다.
산업 전략 측면에서도 로봇은 단순 설비가 아니라 밸류체인을 재편하는 축으로 평가된다. iM증권은 현대차그룹의 리레이팅 논리를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경쟁력에서 찾으며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을 구체화하고 연 3만 대 규모의 자체 생산 설비를 2028년까지 갖출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로봇이 생산 라인에 들어오는 순간 부품, 소프트웨어, 물류까지 연쇄 재편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기술이 먼저 달리는 만큼 ‘규칙의 공백’은 더 크게 드러난다. 제도는 여전히 ‘사람 관리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사업장에선 채용, 배치, 평가, 보상, 해고 등 고용 전 과정에 AI가 관여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과 불투명성, 책임 회피를 기존 노동법이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전환이 가져오는 위험으로 판단 오류, 알고리즘 편향과 차별, 예측 불가능한 오작동 등을 꼽으며 “문제가 발생한 이후 규율을 도모하는 방식은 규율 지연이 아니라 규율 불가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고리즘에 의한 관리’가 확산되면서 통제 방식이 바뀌고 있다. 알고리즘은 업무의 지시, 성과 평가, 보상·제재를 자동화해 노동을 통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성과 기준이 불분명하고 적용 방식이 이해하기 어려워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가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없으면 이의 제기 자체가 막히는 구조도 문제로 지목된다. 로봇이 만든 초과이익을 누구의 몫으로 볼지 그 이익을 노동시간 단축과 재교육, 안전투자, 고용 안정으로 어떻게 전환할지에 대한 합의도 부재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AI가 인구 감소로 노동력 부족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남은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실시간으로 변화를 포착하고 이에 기반한 유연한 정책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