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자금이 만든 성장 구조⋯핵심은 인재·기술 우선한 ‘선택과 집중’
후속 투자‧기술 고도화‧사업 다각화 등 활용
정책 자금 유치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 필요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한 정책 자금 투자 체계가 정교해지면서 정부 자금을 성장 전략의 출발점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초기 연구개발(R&D)과 임상 단계의 자금 공백을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인재 확보와 기술 고도화, 글로벌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전략적 자금 운용이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책 자금 투자 체계가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단계별 구조로 정교화되면서 기업들 역시 정책 자금을 단순한 운영 자금이 아닌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책 자금을 성장 전략으로 활용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확보한 자금을 단순히 조직을 유지하는 데 쓰기보다 이후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인재와 기술에 선제적으로 배분했다. 초기 단계에서 구축한 인적·기술적 기반이 후속 투자 유치와 사업 다각화의 토대가 됐다.
인공지능(AI) 솔루션 전문기업 엘리스그룹은 사업 초기 AI 특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과 고성능 GPU 확충 등 초기 환경을 다지는데 투자금을 사용했다. 이를 토대로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는 “엘리스그룹은 정부 모태펀드는 물론 해외 글로벌 펀드까지 유치하며 국내외 벤처캐피털(VC)로부터 기술력과 성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며 “정부와 민간, 글로벌 자본이 결합된 투자 구조 덕분에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금의 활용 방향이 이후 성장 방향을 좌우한다는 공감대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투자금 사용에서 가장 우선했던 두 축은 인재 채용과 핵심 기술의 제품화였다”며 “당시 축적한 인적·기술 자산이 이후 후속 투자 유치와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 역시 “확보한 자금은 핵심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우수 인재 영입에 집중적으로 활용했다”며 “이를 통해 제품 완성도와 조직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책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공통으로 초기 투자금을 인재 확보와 기술 고도화에 투자한 뒤 서비스 상용화와 시장 확장을 통해 민간 투자 유치를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밟았다. 초기 구축한 기술력과 조직 역량이 후속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모태펀드가 초기 투자 시장에서 ‘앵커(Anchor) 자본’ 역할을 수행하며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기술 검증 이전 단계이거나 장기간 연구개발(R&D)이 필요한 딥테크 분야에서는 정책 자금의 초기 참여 여부가 후속 투자 유치 가능성을 가르는 변수로 꼽힌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민간 자본이 선뜻 나서기 힘든 초기·딥테크 영역에 자금을 공급하는 확실한 앵커 역할”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초기 단계에서 정책 자금이 1차적으로 리스크를 분담해주기 때문에 보수적인 민간 자금의 후속 유입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혹한기에도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고 혁신 기업이 데스밸리를 넘을 수 있게 돕는 대체 불가능한 마중물”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구조는 바이오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VC가 모태펀드를 앵커 자금으로 활용해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정책 자금을 기반으로 초기 R&D와 임상 단계의 자금 공백을 메워왔다.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정책 펀드 유치에 성공한 기업 가운데서는 기업가치가 조 단위로 성장하거나 수익을 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에임드바이오 등은 초기 단계에서 정부 자금 기반 투자를 유치한 뒤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공동개발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정부 투자는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신뢰의 출발점”이라며 “정책 자금을 유치한 기업이 어떤 기술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빅파마와 글로벌 투자자를 설득하는 핵심 무기가 된다”고 말했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과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핵심 인력을 영입해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높이고 임상 전부터 명확한 사업화와 라이선스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에서는 차별화된 기술과 최소한의 검증 데이터,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 중·후기 투자에서는 사업화 전략과 빠른 마일스톤 달성이 관건”이라며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는지와 실현 가능성 등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